카드사-대형 가맹점 수수료 협상 ‘안갯속’…뒷짐진 금융위
카드사-대형 가맹점 수수료 협상 ‘안갯속’…뒷짐진 금융위
  • 권가림 기자
  • 승인 2019.04.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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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사진=각 사)

지난달 31일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카드사와 쌍용차간 수수료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카드사들에 백기투항을 받아낸 것을 지켜본 쌍용차는 현대차와 비슷한 인상률을 요구했고 카드사는 조정안을 쌍용차에 제시한 상황이다.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며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수수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 1일부터 결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쌍용차는 고객 불편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계약해지 대신 일부 카드사들과 추가 협상에 나섰다.

쌍용차는 1.9%대 초반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2.0~2.1%대를 요구한 카드사들은 이같은 상용차의 제안에 1.9%대 후반으로 수정안을 내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1.89%로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하면서 쌍용차도 비슷한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카드사는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카드수수료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쌍용차도 이번 수수료율 협상 결과가 적자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양측 모두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1월 카드사가 연매출 500억원을 넘는 대형 가맹점 2만3000여곳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을 알린 이후 2개월여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0.1~0.2%대의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한 카드사들을 상대로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뒀고 결국 8개 카드사는 모두 백기를 들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카드사와 2%대 수수료율 협상을 마쳤으나 최근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쌍용차와 카드사간 협상을 지켜보며 추가 협상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은 “수수료율 개편은 영세가맹점 등 수수료율 혜택을 받는 대상에 한해서만 당국이 개입하고 나머지 가맹점들에 대해선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설 경우 정부 개입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금융당국 책임론에 대해 금융위는 “향후 카드 수수료 실태를 점검하고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 법대로 조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실태조사 내용과 대상, 시기 등에 대한 언급은 없어 본질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맹이 없는 경고를 날려봤자 대형 가맹점들이 신경을 쓰겠느냐. 어설프게 개입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며 “여전법 위반에 따른 처벌 강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시장 혼란을 잠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kgl@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