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어 유사암까지…보험업계 과당경쟁 ‘주의보’
치매 이어 유사암까지…보험업계 과당경쟁 ‘주의보’
  • 권가림 기자
  • 승인 2019.04.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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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사진=연합)

금융당국이 치매보험 과열경쟁으로 급제동에 나서자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줄이는 등 개정된 상품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손보사들이 잇따라 유사암 진단비를 3000~5000만원까지 높이고 있어 또 다른 출혈경쟁이 예고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경증치매 보험의 가입한도를 줄이고 보장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사에서 가장 먼저 치매보험 경증보장 가입한도를 3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경증치매 진단금 2000만원을 보장하는 다른 보험사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메리츠화재에서는 보장한도가 최대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대형 보험사들도 가입한도 등을 개정한 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금액을 3000만원 이하로 낮춘 보험을 고려하고 있다. 출시 날짜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험업계의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치매보험 경쟁이 과열되자 보험금 한도와 중복가입 등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그간 보험금 지급기준 임상치매척도(CDR) 1점만 받으면 최대 30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준다며 상품을 소개해 왔다. ‘보험금 지급사유’가 담긴 약관을 보면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뇌영상 검사 시 ‘이상소견’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경증치매는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의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금융위는 필요할 경우 약관변경 권고나 상품판매 중단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과당영업 경쟁 상품으로 ‘유사암’이 떠오르고 있다. 유사암이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암보험과 치매보험은 보험사가 단기간 실적 상향을 위해 보험인수심사를 완화하는 등 설계사들이 판매하기 좋게 만든 전형적인 과열경쟁용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손보사들은 최근 유사암 진단비를 3000~5000만원까지 높여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DB손해보험은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000만원까지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내놨다.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도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하는 상품들을 선보였다. 일각에선 이 보험에 가입하는 게 당장은 이득이 될 수 있으나 손해율이나 보험료가 급등할 경우 가입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암보험은 병리상진단이 내려지는 만큼 보험사기나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소지가 적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치매보험에 개입을 한 이유는 일부 보험사들의 약관 등이 소비자 기대 수준에 맞지 않아 분쟁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라며 “보험사들이 최근 유사암 진단금을 상향하고 있는 추세인 점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유사암은 분쟁 소지가 낮아 특별한 시장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감독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gl@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