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임종헌 전 차장 지시로 문건 작성" 증언
현직 판사 "임종헌 전 차장 지시로 문건 작성" 증언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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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재판 첫 현직 판사 증인…"부담감 느꼈다"
"'양승태 비서실' 성창호 부장, 대법원장 의중 전달"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서 첫 번째 현직 법관의 증언이 나왔다. 이 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르며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일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을 열고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증언 심문을 진행했다.

정 부장판사는 2013~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했던 인물로,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각종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각종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우선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린 뒤 각계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한 국회 동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한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정 부장판사는 작성한 보고서 중 '결재'란이 없는 보고서의 경우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뒤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등에게도 보고했다고 알렸다.

다만 보고서에 담긴 청와대의 반응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제가 직접 청와대 근무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찰이 "조사를 받을 때 '사법부 권한을 남용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됐고,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그렇게 진술한 적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련 문건을 제가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당연한 업무로 여기고 수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정 부장판사는 재직 당시 성창호 부장판사로부터 수시로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달받았다는 증언도 내놨다.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 근무했던 인물이다.

성 부장판사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심의관들에게 각자 하는 업무를 보고하도록 독촉했고, 법원행정처의 실·국에 수시로 방문했다"면서 "심의관들과의 회의 석상이나 사석에서 대법원장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