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제 노인네들은 마트도 못 다니겠다.’ 며칠 전 어머니가 이것저것 사느라 마트에 갔는데, 자동계산기에 자동주차비 정산 등으로 애를 쓰셨다면서 하신 말이다.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와 함께 자라온 세대가 아닌 만큼 많은 어르신들이 흔히 겪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정보화 시대’ 이전에는 일상의 거의 모든 일을 ‘사람’이 했다. 초등학교 때 학생 저축·적금을 담당하는 작은 금고가 학교 안에 있었다. 그때는 돈을 맡기면 수기로 통장에 기장을 해줬다. 학교 안의 작은 금고라지만 ‘수신’이 이뤄지는 업무를 사람이 볼펜으로 저축액, 출금액을 써주던 것을 경험했다.
지금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버스안내 차장, 엘리베이터 안내도우미, 전화교환원, 극장 간판 미술사, 문서를 인쇄하는 식자공 등 많은 직업이 있었다. 나름 정보화시대에 자란 ‘서태지 세대’가 직접 본 ‘그 때 그 사람’을 이제 직업인으로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구조가 변하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직업이 교차하며 ‘페이드 인 앤 아웃’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흐름이다. 지금 우리가 종사하는 직업도 어느 순간 ‘페이드아웃’될지 모른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40억개의 일자리 중 20억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멀지 않은 2030년, 고작 10년 남짓 남은 시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일자리 동향’을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는 전년 동기대비 큰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체 일자리 구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이 0.4% 감소하고, 경기의 단기적 부양에 큰 영향을 주는 건설업이 6%로 가장 크게 줄었다. 이는 비단 생산기술의 발전, 산업구조의 변화, 경기순환 요소 등의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제조업 수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보건, 사회복지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구성비가 증가하면서, 4.9%의 증가율을 보였다. 물론 대체 일자리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그간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적인 효용은 개선되고 있는 신호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의 도그마가 강해 상대적으로 복지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했다. OECD 국가의 평균복지비 지출은 GDP의 2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 절반인 10.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복지 서비스 관련한 일자리나 예산의 증가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최근 IMF에서 회원국들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협의하는 ‘IMF연례협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IMF는 한국경제에 대해 탄탄한 펀더멘탈을 가지고 있지만, 수출주도 국가이니만큼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먹구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목표성장률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추경과 정부의 확장재정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사회안전망 확충과 적극적인 일자리예산 증대, 보육과 아동 수당 증대를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등을 제안했다.
몇몇 언론에서는 IMF에서 언급한 내용 중 일부 단어인 ‘먹구름’, ‘역풍’ 등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본질은 경제정책과 사회복지 영역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성장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제언으로 보인다. IMF의 이야기가 ‘절대 선’은 아니지만 경제적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이 사회적 배려 등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숙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은 소위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은 서비스라는 재화를 제공 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정신적 공감을 필요로 한다. 이런 부분은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으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살기위해 발전도, 성장도 해야 한다는 원초적인 답으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