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헤칠지몰라"…커지는 '묻지마 범죄' 공포
"누군가 나를 헤칠지몰라"…커지는 '묻지마 범죄' 공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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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도심 '흉기 난동'…시민들 "강력 처벌해야"
전문가들 "정신질환자와 사회 부적응자 구분해 처벌"
지난 25일 밤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남성 검거장면. (사진=부산경찰청)
지난 25일 밤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남성 검거장면. (사진=부산경찰청)

하루 사이 도심 속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앞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2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건을 일으킨 이모(21·남)씨는 돌연 커피숍 2층에서 공부를 하는 A(20·여)씨 왼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이를 목격한 수십명의 다른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만석에 가까웠던 커피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특수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가게에 들어가 업주를 위협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홍모(53)씨는 만취 상태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난입해 준비해간 흉기를 꺼내며 "죽여버리겠다"고 주인을 협박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홍씨는 흉기를 세웠다. 결국 홍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관은 흉기에 맞아 얼굴을 다쳤다.

홍씨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다친 경찰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이 두 사건의 범인은 사건 즉시 체포됐으나 하루 사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를 연달아 겪은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 중인 시민 양모(32)씨는 "사건 장소가 평소 자주 가는 곳이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뉴스에서만 보이는 일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발생하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원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요즘 묻지마 범죄가 많아 길거리를 가다가도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언제까지 잘못 없는 사람이 다쳐야하는 지 모르겠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한다"고 분노했다.

일각에선 묻지마 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신종 면죄부'라는 말까지 생겨난 정신병력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 가운데는 정신병력이 있거나 병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는 정신병 이력을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일례로 2017년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정신병을 위장해 감형 받으려던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자가 환각이나 망상 증상 등으로 일으키는 범죄와 사회 부적응자의 불만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조현병 등 같은 질병은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병력이 있더라도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것 자체로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힘들다"면서 "수사기관은 사회적 불만을 가진 부적응자의 범행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