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소비자에도 삼계탕 매력 먹힐까
중동 소비자에도 삼계탕 매력 먹힐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3.2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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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검역협상·작업장 실사 등 거쳐 UAE 첫 수출
수출국 확대 측면에선 긍정적…낮은 시장성은 단점
건강 간편식으로 포지셔닝·꾸준한 홍보마케팅 필요
지난 2월 UAE 두바이에서 농식품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현지 대형매장을 방문해 삼계탕 수출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이병호 aT 사장(왼쪽 네 번째)과 현지 매장, 수출업체 관계자 등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aT)
지난 2월 UAE 두바이에서 농식품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현지 대형매장을 방문해 삼계탕 수출방안을 모색했다. 사진은 이병호 aT 사장(왼쪽 네 번째)과 현지 매장, 수출업체 관계자 등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aT)

우리 삼계탕이 중동시장에 처음으로 수출됐다. 아랍에미리트(UAE)와 4년간의 수출검역협상과 작업장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이다. UAE시장으로의 삼계탕 진출은 수출 국가 저변이 확대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낮은 인지도와 국물이 있는 닭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의 인식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UAE 간의 삼계탕을 비롯한 한국산 축산물 수출검역협상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부터 진행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UAE를 비롯한 중동 4개국 순방을 하면서 식품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의 ‘할랄(HALAL)’시장으로의 수출 활성화 방안을 지시했고, 이에 대한 일환으로 이듬해 4월 농식품부가 할랄수출전담팀을 구성하고 10월 UAE에 축산물 수입허용을 요청한 것.

이후 우리와 UAE 당국 간 수출검역협상이 이어져 지난해 1월 한국산 신선육과 열처리 제품에 대한 수입 승인이 최종적으로 결정됐고, 삼계탕 수출작업장으로 이지바이오 계열사인 자연일가의 생산시설 전체가 UAE 당국의 현지 실사를 받고 같은 해 6월 작업장 최종 승인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말 UAE·사우디라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이 연합·관리하는 ‘걸프틱(Gulftic) 할랄인증’을 받았다. 대개 중동을 비롯한 무슬림 국가로의 제품 수출을 위해서는 할랄인증은 필수다. 이에 따라 자연일가는 이달 22일 1t 가량의 레토르트 삼계탕 1200봉을 부산항을 통해 선적·수출했다.

삼계탕이 중동시장에 진출한 점은 수출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계탕 수출지역은 10여개국(테스트 수출 제외) 정도로 수출비중도 일본과 미국, 대만, 홍콩 등 4개국이 금액 면에서 90%에 육박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계탕의 UAE 수출은 2조5000억달러(올해 예상치) 규모인 전세계 할랄식품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식품 수출업계에 따르면 UAE의 경우 라면·음료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한국식품에 대한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또한 현지 특성상 닭고기 소비가 활발한 편은 아니며 특히 삼계탕처럼 국물이 있는 닭 요리보다는 즉석에서 바로 굽거나 튀길 수 있는 닭요리를 선호하는 등의 식문화 차이는 삼계탕의 중동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UAE 등 중동의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 통조림·레토르트 등 닭고기 가공품이 낯설고 주로 외식을 통해 닭고기를 소비하는 성향이 컸다”며 “어느 정도 시장성이 있었다면 이미 대형 육가공업체가 뛰어들었겠지만 업계 내부적으로도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현지 교민과 아시안계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강화하면서 정부 차원의 꾸준한 홍보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 수출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한국음식에 친숙한 화교 등 아시안 마켓을 중심으로 판촉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소비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며 “두바이·아부다비 등 거점도시를 대상으로 정부와 삼계탕업계가 시식 등 홍보행사를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도 건강과 웰빙 트렌드가 각광받고 있고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간편식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며 “삼계탕을 ‘이색 건강 간편식’으로 홍보해 영양학적인 가치와 효능 등을 부각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