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역시나 발표되자마자 뉴스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에 수많은 관심이 쏠렸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공시가격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유는 역시 돈과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조세, 개발부담금, 복지 등 다양한 행정 목적에 활용된다. 특히 주택 보유자라면 공시가격이 세금과 건강보험료에 직결되기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 규제 일변도를 펼쳐온 현 정부는 2018년에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90%가 적정하다”라고 로드맵을 제시한 터라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컸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시장의 관심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폭탄에 맞춰졌으나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 폭은 예상보다는 높지 않았고, 실거래가 대비 현실화율도 2018년과 동일한 68.1%였다.
정부도 갑작스레 공시가격을 현실화시킨 이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으로 여겨진다. 추후 부동산 시세의 급변동으로 나타날 많은 경제적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신중을 기했다고 판단한다. 또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부작용의 데자뷔를 겪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제 어느 정도 주택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느낀다면 규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택시장의 변화와 함께 이에 발맞춘 정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주택시장을 떠받치는 주요 요인인 일자리 확충과 교통 접근성 개선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었다고 하지만 앞으로 주거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세금의 부담을 높여 시장에 급매물을 발생시켜 집값을 낮추고 실수요자가 그 주택을 매수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고가주택이 많이 분포된 소재지인 강남구, 서초구에서는 최근 2년간 소득증가율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증가하는 보유세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만큼 고가주택 소유자의 소득 증가가 일어났기에 보유세 부담으로 급매물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다.
오히려 투자자나 실수요자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덜한 중저가주택으로 집중됐고 이런 흐름이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서울 아파트 시세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기존 고가를 갱신하는 단지가 속출했는데 주로 실거래가 9억원 아래 가격대의 아파트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15억~20억원 전후의 고가 아파트들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 결과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할 수는 있겠으나, 현행 양도세 중과 체계가 변경되지 않는 한 소유주들이 매도를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시지가 인상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이들의 주택질 향상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세제 강화에도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신(新)고가 갱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워낙 고가이기에 거래량 자체가 많을 수는 없으나, 거래 체결 시점마다 일어나는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고액 자산가를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고, 경기를 부양해 그들이 신규주택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계층들이 양질의 주택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의 문제점은 양질의 주택 공급량 부족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