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미세먼지 지도' 엇박자…측정방식·정확도 '빈축'
SK텔레콤 '미세먼지 지도' 엇박자…측정방식·정확도 '빈축'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3.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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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위닉스와 센서 1만5000개 설치 계획 불발
(이미지=에브리에어)
(이미지=에브리에어)

SK텔레콤이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미세먼지 측정 서비스가 지지부진하다. 작년 1만5000대, 올해까지 15만대의 측정기 연결을 약속했지만,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수립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이동형 미세먼지 측정 방식이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한국야쿠르트, 위닉스 등과 함께 미세먼지 정보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닉스가 생산한 미세먼지 측정기 ‘AirBee’(에어비)를 SK텔레콤 대리점과 한국야쿠르트 전동카트(코코) 등에 설치·측정하고, SK텔레콤이 구축한 플랫폼 ‘everyair’(에브리에어)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게 서비스의 골자다.

이는 데이터 수집에 활용될 위닉스의 미세먼지 측정기가 휴대용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 곳이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미세먼지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아이 또는 일반 사람의 높이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해 실생활 공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된 카트를 500대에서 올해 말 1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조영훈 SK텔레콤 홈사업Unit장은 서비스 발표 당시 “미세먼지 문제해결의 선결과제인 정확하고 촘촘한 공기질 지도를 제작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수의 측정기로 정확도를 올리겠다는 SK텔레콤의 전략과 달리, 이동형인 에어비는 고정형에 비해 저렴한 센서를 사용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의 경우 고정형이라 항상 같은 위치에서 공기의 흐름을 일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동네별 기상요소를 촘촘하게 관측할 수 있는 반면, SK텔레콤 등 3사가 시작한 미세먼지 측정은 이동·휴대형이라 데이터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에브리에어 공식홈페이지에서 25일 기준 전국 에어비 연결 수는 3087개로, 최초 발표한 계획 대비 5분의 1수준으로 확인됐다.

올 연말까지 15만개를 설치하려면 갈 길은 아직 먼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계획을 무리하게 세웠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SK텔레콤 측은 이에 대해 계획 변경사실을 인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시 양해각서(MOU) 체결 차원으로, 3사가 공동으로 (미세먼지 측정기를) 1만50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였다”며 “계획이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변동돼 올해까지 1만대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목표인 15만대는 야쿠르트 카트 전체에 모두 (센서가) 보급되고, 에어비 자체판매량의 최종목표치(를 합산한 것)”라며 “언제까지 된다고 말하기 어렵고, 앞으로 15만대까지 설치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계획이 변경된 이유는 측정기 공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미세먼지 측정기 에어비가) 4분기 출시됐는데, 기간 자체가 짧았고, 위닉스 에어비는 일반판매 또는 ‘공기청정기’의 사은품으로도 배포되는데, 판매부진 등으로 시중에 배포된 수량이 적었다”고 부연했다.

위닉스 관계자도 “판매량이 다소 부진했던 건 사실”이라며 “현재 편의성과 정확도를 개선한 2세대 측정기를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미세먼지 지도 구축이 늦어진 이유는 소비자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 등이 에어비 구매·설치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게 아니라, 에어비 구매자들의 측정정보를 공유 받아 지도를 구축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비는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데이터 정확도에 대한 이슈가 발생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며 “미세먼지 측정기의 경우 데이터 수집을 위한 통신이 관건인데, 개인이 이동형 측정기를 구매할 경우 통신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