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재판부터 신경전…양승태 측 vs 검찰 '격돌'
'사법농단' 첫 재판부터 신경전…양승태 측 vs 검찰 '격돌'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25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공판준비기일…양승태·박병대·고영한 등 전원 불참
변호인 "조사방식 문제" vs 검찰 "수사 트집잡기" 맞붙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이 첫 재판부터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직 대법관들 모두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나올 의무가 없다.

이날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과 수사기록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 진술과 향후 채택할 증거 및 증인들에 대한 정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측은 검찰의 조사 방식부터 적용 법조까지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대부분의 참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면서 검찰이 참고인으로 부른 판사들을 사실상 '피의자'처럼 조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검찰이 현직 판사들을 참고인으로 부른 뒤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압박'을 넣은 것이 의심되는 만큼 참고인들의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들이 재판 지연 의도를 갖고 '검찰 수사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대상자 중 현직 판사가 많아서 조사 전에 조사 목적과 필요성,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들이 압박받았는지는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통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인 측은) 수많은 조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흠집 내기, 트집 잡기로 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본질적인 혐의 유무에 대한 의견부터 신속히 제출해달라"고 강조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의무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연구 보고서를 올린 심의관들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지시하고 공모했다'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에 대한 지시인지, 또 여러 보고서를 사후에 보고받은 게 과연 공모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인지 등 법리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 등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검찰은 향후 의견서를 통해 자세히 반박할 방침이다.

한편,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구체적인 증거 의견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4월15일로 잡았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