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찬반…국민연금 결정 ‘관건’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찬반…국민연금 결정 ‘관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3.25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연대 등 위임장 확보로 대한항공 맞서
“국민연금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곳 많아”
25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 지역본부 앞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금공단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이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3개 연금공단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성은 기자)
25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 지역본부 앞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금공단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등이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3개 연금공단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성은 기자)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찬반 결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칼·㈜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법정공방 끝에 사실상 판정승을 거두면서 국민연금에 관심은 더욱 몰리는 모양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사내 이사 연임 여부는 국민연금의 찬반 결정 사전 발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3.35%다. 기타 주주들의 지분은 56.08%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27일 끝난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조 회장이 재선임 되기 위해선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KCGI를 상대로 “상법상 ‘지분 6개월 보유’ 규정에 따라 KCGI에게 주주제안권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인용하면서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권을 이용해 감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제한 등을 의안으로 올리려던 KCGI의 노력은 사실상 종료됐다.

주총에서 대한항공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통과시키려면 기타 주주들의 우호 지분 확보가 필수다. 대한항공은 최근까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통과를 위해 주식을 가진 직원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등 우호 지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은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과 대한항공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기로 했다. 기타 주주 상당수의 위임장을 확보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통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결정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참여연대 측에 선다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힘들어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보면 반대 의견이 지난 2014년 9.05%에서 지난해 7월까지 19.9%로 2배 이상 늘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 대한 부결 건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다르다.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코드 도입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총이 열리기 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연대를 통해 의결권 행사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외국의 경우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해서 다른 기관이나 투자자들과 연대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의결권 방향을 비공개로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이 이제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면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결정이 돼야 확인할 수 있는 거라 언제 (공개가 될 것이) 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미리 짐작해서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