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부, 미디어 획일화 견제장치 마련해야
[데스크 칼럼] 정부, 미디어 획일화 견제장치 마련해야
  • 나원재 기자
  • 승인 2019.03.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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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3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 국내 케이블TV(SO) 사업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SO 사업자들은 국내 미디어의 지역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지방분권시대에 지역 미디어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 사업자는 인터넷TV(IPTV)와 유튜브·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디어 환경에선 SO의 ‘지역성’은 곧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는 일본 최대 케이블TV방송사업자 쥬피터텔레콤(J:COM)도 참여했다. 이 회사의 타카히라 후토시(Futoshi Takahira) 지역미디어본부장은 당시 “케이블TV 사업자는 해당 지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자리에 참석해 “지역케이블TV는 각 지역의 경제력, 사회적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SO에 힘을 실었다.

고 상임위원은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성공하듯 가장 지역성이 강한 케이블TV 콘텐츠가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IPTV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 인수가 하나 둘 가시화됐다.

SO 업계에선 케이블TV의 지역성이 퇴색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전국사업자인 IPTV가 지역성이 강한 SO를 인수하면 SO는 상대적으로 자본력과 마케팅력이 열악해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란 걱정이다.

미디어 간 빅뱅은 시대적인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역성을 강조해온 SO의 역할은 다시 눈여겨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 됐다.

SO 지역채널은 독점이 아닌 지역성 구현을 위해 의무적으로 부가된 서비스로, 그간 한 해 총 850억원을 투자해 재난방송, 선거방송, 지역명소·스포츠·역사·문화 탐방 등 지역밀착형 방송을 제작해 왔다.

지역채널은 지역 동네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심층보도와 지역사회 위한 협력도 담당해왔다. 일례로 선거방송의 경우, 전국 78개 권역 케이블TV 선거방송에서 ‘깜깜이 선거’를 방지하고자 유건자에게 폭 넓은 정보를 제공했고, 지난해 6월 동시지방선거에선 지역별로 지상파 방송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IPTV와 SO 간 인수·합병(M&A)을 완성하기 전 미디어 시장의 골고룬 성장을 위한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IPTV와 SO 간 M&A는 사업자의 가입자 확보가 핵심 목표이기 때문에 융합된 IPTV와 SO 사업자가 공존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한 셈이다. 선언적 의미에서의 투자전략 발표가 아닌 실체가 분명한 투자 전략 마련이 요구돼야 한다.

이를 통해 케이블TV 지역성 훼손을 막아야 한다. 전국사업자와 지역방송사업자는 지역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최근 흐름으로 미뤄볼 때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시장과 같이 3강 형태로 재편되면 공정경쟁과 다양성을 놓치는 시발점이 될 공산도 크다.

정부는 유료방송시장에 독과점 사업자가 출현할 경우 어떻게 규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독과점 상태가 발생할 경우 규제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nw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