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석달전 EU연구팀 신기술 적용…시민들만 '깜깜이'
포항지진 석달전 EU연구팀 신기술 적용…시민들만 '깜깜이'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3.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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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레이스, 포항 지열발전소서 '물 주입방식' 작업 실시
당시 52건 유발지진 감지…해외학술지에는 지진 상세발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결론 난 포항에서 지진발생 3개월 전 유럽연합(EU)의 연구팀의 신기술 적용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등에 따르면 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을 연구하는 '디스트레이스'(DESTRESS) 연구단체는 포항지진 (2017년 11월15일) 발생 3개월 전인 2017년 8월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물 주입(수리자극) 작업을 실시했다.

이들이 진행한 실험은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에 자세히 기재돼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부드러운 순환 자극'(cyclic soft stimulation)이라는 수리자극 방식을 실험실 환경이 아닌 실제 포항지열발전소에 최초 적용했다.

'부드러운 순환 자극'이란 기존보다 물 주입 주기를 빠르게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유발지진 위험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해 실험 당시 총 1756㎥의 물을 PX-1 지열정에 주입했다. 주입 당시와 직후에는 총 52건의 유발지진이 감지됐으나, 모두 규모 1.9 이하의 미소지진이었다.

물 주입 방식이 포항 지진에 영향을 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앞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PX-2 지열정에서 이뤄진 물 주입이 포항 본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열발전의 지진 유발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연구단이 정작 해외 학술지에는 포항 지열발전소와 유발 지진에 대한 여러 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위험 예방보다는 실적 쌓기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넥스지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은 2016년 1월부터 포항 지열발전소의 PX-2 지열정에서 진행한 첫 수리자극과 이에 따른 미소진동을 2017년 2월 스탠퍼드 지열 워크숍에서 발표했다.

2015년 4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지열콩그레스에서는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열정 시추 과정과 어려움 등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