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5G요금 딜레마下] 유일무이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답
[기획-5G요금 딜레마下] 유일무이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답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3.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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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가제, 해외선 오래 전 실종
'1위 사업자 억제' 취지 무색…경쟁만 실종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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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SK텔레콤 5G요금제 반려 조치’가 ‘요금인가제’ 폐지론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요금 인가제’가 국내 이통사의 요금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5세대(G) 이동통신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서비스의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경쟁 활성화를 위해선 완전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991년 국내 시장에 도입된 통신요금인가제는 정부가 지정한 특정사업자의 서비스요금(이용약관)을 시장에 선보이기 전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독과점 사업자가 요금을 지나치게 낮거나 높게 설정하면, 시장 독점화 또는 이용자 후생감소 등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환경 변화’ ‘요금경쟁 실종’에 인가제 폐지론 솔솔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인가제 적용대상 기업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신고 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가입자 포화, 3개 이통사와 40개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하는 시장 환경에선 실효성을 잃고 요금경쟁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5년 4월 발간한 이슈와 논점(통신요금인가제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을 통해 “과거 이동전화 요금제의 출시 양상을 보면 인가대상 사업자(SKT)의 요금제가 제시되면 신고대상 사업자는 유사한 구조에 가격은 조금 낮은 요금제를 출시했다”며 “이후에는 가격 경쟁을 회피하는 양상이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2010년 법 개정 후 기존 요금인하 시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요금경쟁과 인가제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요금신고제 사업자는 경쟁을 하려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기존 요금제의 단순 인하만 신고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요금 인가 대상 기업인 SK텔레콤의 경우, 기존 인가받은 요금제 가격을 인하할 경우 신고만 해도 되지만, 요금제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꿀 때는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또 요금 신고사업자들도 사실상 인가제에 가까운 요금 심사·규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요금 신고 전 정부에 사전설명을 한 뒤 협의된 내용으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효경쟁 구축이라는 인가제 도입목표가 달성됐음에도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통신사업자간 요금경쟁을 막고 이용자 편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며 “5G 상용화에 따른 요금규제 역시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요금인가제,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폐지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다른 제도로 선회했다는 점도 인가제 폐지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1989년 효율성 저해와 행정규제 부담 등을 이유로 통신사들의 요금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방침에서 벗어나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이어 1995~1996년에 AT&T를 비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고, 2001년 모든 주간 통신사업자의 요금신고 의무도 면제했다. 
미국 이통시장에선 현재 각 주에 따라 유선전화에 대한 가격상한제 등 일부규제가 존재하며, 모든 유무선 사업자는 요금표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이동전화에 대한 별도의 요금규제는 없고, 위법 사항 발생 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사후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본은 1985년 1위 이통사 NTT도코모를 견제하기 위해 인가제를 도입했다. 이후 1998년 유선을 포함한 모든 통신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했고, 2004년부터는 이마저 폐지했다. (NTT도코모 유선전화 일부 제외)

영국은 유선전화에 대해서만 규제했지만, 2006년 가격상한제 폐지를 계기로 요금규제를 전면 제거했다. 현재 반경쟁적 목적, 즉 담합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통신사들이 자유롭게 요금을 결정할 수 있다.

◇관련법안 제출되긴 했는데…논의조차 안 돼

우리나라도 십 수 년 전부터 인가제 폐지가 꾸준히 언급됐다. 200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가격상한제 도입을 제언했고, 2007년엔 정부 차원에서 요금인가제 규정을 3년 후 일몰시키는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또 20대 국회 들어서도 요금인가제 폐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제출된 관련 개정안은 약 6건에 달한다. 대표 발의자는 이은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등으로, 여·야 가릴 것 없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은권 의원은 제안서를 통해 “최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제를 후발사업자들이 모방하는 행태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등 요금인가 제도를 통한 통신 서비스 요금경쟁이 명백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요금담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또 변재일 의원은 “최근 이동전화 시장은 후발사업자의 점유율 상승과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진입으로 시장 구도가 개편됐다”며 “이런 환경에서 지배적사업자의 과도한 요금 인상과 약탈적 요금설정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요금인가제 도입 목적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의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또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안건 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후 논의를 위해 소위에 회부 된 건은 1건에 불과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