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5G요금 딜레마上] 정부 저가요금 고집… 이통사 부담 ‘명명백백’
[기획-5G요금 딜레마上] 정부 저가요금 고집… 이통사 부담 ‘명명백백’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3.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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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K텔레콤 5G 요금제 반려 “저가 요금 만들어라”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세계 첫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가 고가 요금제 논란에 부딪혔다. 정부는 5G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업계는 이통사의 부담은 커지고 재투자 여력이 떨어져 결국 5G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풀이한다. 전체 이용자가 누릴 콘텐츠 혜택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요금 인가제 자체가 잘못된 규제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본지는 ‘5G요금 딜레마’를 주제로 5G 고가 요금제 실효성과 글로벌 요금 인가제 현황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정부가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저가 요금을 고집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요금인하 압박이 현실화되면, 망 투자부담과 맞물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까닭이다. 아직 첫 걸음도 떼지 못한 5G 상용화 서비스에 요금인하 압박은 투자여력 하락과 서비스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5G 요금제 안을 이번 주 중 다시 제출한다. SK텔레콤은 앞서 과기정통부에 5G 요금제 초안을 전달했지만 반려됐다.

SK텔레콤의 2안이 통과된다면, KT와 LG유플러스도 5G 요금제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정부로부터 휴대폰 요금을 인가받아야 하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된다. SK텔레콤의 요금제가 국내 5G 요금제의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통업계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초안을 반려한 건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만 구성돼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의 제안서 상 5G 최저 요금제는 월 7만5000원(150GB)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G 서비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대용량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고가, 고용량 요금제가 필수다. 일각에선 이를 이유로 5G 서비스용 중저가요금제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 과기부 “선택권 제한 안돼”…업계 “5G는 대용량 데이터가 대부분” 

실제 SK텔레콤은 5G의 킬러 콘텐츠로 VR(가상현실)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넥슨과 넥슨과 5G VR게임 개발을 위한 인기 온라인게임 3종의 IP(지적재산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또 KT는 5G 콘텐츠로 △초고화질과 홀로그램 서비스 △1인 방송의 모바일 다중접속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VR과 AR 게임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 역시 5G 서비스를 위해 구글과 VR 콘텐츠 공동제작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에선 5G콘텐츠를 제대로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에 불편을 느끼고 고가요금제로 옮긴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이용자들의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에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5G 서비스에 ‘보편요금제’ 이슈가 추가되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5G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은 어떻게 낮출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선 “통신이 공공재인 만큼, 새로운 서비스라 해도 요금을 올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4일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만원 이상의 기존 5G 요금제 안을 철회하고 다양한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보편요금제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 5G 요금마저 낮추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통3사는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보편요금제’ 정책에 이듬해부터 혜택을 크게 늘린 요금제를 내놨고, 이는 실적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2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 줄었다. 또 KT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8% 감소한 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던 LG유플러스도 ‘보편요금제’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5년 6323억원, 2016년 7464억원, 2017년 8262억원 등 매년 증가세에서 지난해 7347억원으로 하락했다.

◇망투자 부담 콘텐츠 개발 부담에 직결

한편 관련업계는 국내 이통3사가 4G 롱텀에볼루션(LTE) 망투자대가로 약 20조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통3사는 또 연간 2000억원 수준의 전파사용료를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가 5G 망투자와 콘텐츠 개발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서도 수익률이 좋게 나오지 않으면, 콘텐츠 재투자 여력 등은 떨어지고 결국 이용자 서비스 질은 하락될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5G는 망투자 외 콘텐츠 개발까지 생각하면 LTE 대비 더욱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 요금제만 고집해서도 안 되지만, 현실적인 5G 요금제가 나와야 이통사는 부담은 덜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