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투숙객 '몰카' 찍어 인터넷 생중계…1600여명 피해
모텔 투숙객 '몰카' 찍어 인터넷 생중계…1600여명 피해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20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셋톱박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 (사진=경찰청)
셋톱박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 (사진=경찰청)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숙박업소 객실을 몰래 촬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중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모(50)·김모(48)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최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 등은 숙박업소 투숙객 1600여명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올 3월3일까지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인 박씨와 김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착안해 객실을 단시간 '대실'하는 수법으로 숙박업소를 돌며 카메라를 설치한 뒤 이를 원격으로 조정했다.

이들이 범행에 쓴 카메라는 숙박업소 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한 초소형이어서 작은 구멍만 있어도 촬영이 가능했다.

이들은 셋톱박스 전면 틈새나 콘센트·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촬영했다.

지난해 11월24일부터는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만들어 실시간 중계를 하고, 일부는 녹화 편집본을 만들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 회원은 4099명으로, 이 가운데 97명이 유료회원이다.

박씨 등은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불법촬영 영상물 803건을 제공하고 유료회원들로부터 7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이 제공한 영상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함께 입건된 임씨는 중국에서 카메라를 구매해 들여오고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다. 최씨는 사이트 운영자금 3000만원을 지원했다.

작년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하고, 피해 모텔에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철거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무선 IP카메라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 측에서는 객실 내 셋톱박스와 콘센트 등에 틈새나 작은 구멍이 뚫린 곳,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가 꽂힌 곳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이용자는 객실 불을 끄고 스마트폰 불빛을 켜 렌즈가 반사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면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