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부모 피살' 주범, 범행 후 모친 행세로 '연막'
'이희진 부모 피살' 주범, 범행 후 모친 행세로 '연막'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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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모친 휴대전화로 이희진 동생과 카톡 주고받아
'범행동기' 의문점 커져…검찰, 강도살인 혐의로 영장
사건 장소인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건 장소인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수감 중)씨의 부모를 살해한 주범격 피의자가 범행 이후 한동안 모친 행세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는 이 사건 피의자 김모(34)씨가 이씨의 부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 이후 이씨의 어머니 행세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26일께 안양시 소재 이씨의 부모 자택에서 이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했다.

이후 김씨는 사건 현장에서 이씨의 어머니 휴대전화를 갖고 나와 들고 다니면서 며칠간 이씨의 어머니인 척 가족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이씨의 동생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됐고, 불안한 마음에 직접 부모의 집에 찾아갔다가 집 비밀번호가 바뀐 것을 알아챘다.

이에 이씨의 동생은 카카오톡으로 김씨에게 바뀐 비밀번호가 무엇인지를 물었고. 김씨는 이때도 자신이 어머니인 것처럼 바뀐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이 비밀번호는 잘못된 번호였고, 결국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씨의 동생은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고 카카오톡 연락도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씨 부모의 늦은 실종신고의 원인은 이 같은 김씨의 은폐 행각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씨 부모의 실종신고는 두 사람이 사망한 지 20여일이 지난 16일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아버지 휴대전화 또한 현장에서 사라져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김씨가 정확히 며칠간 피해자 행세를 했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씨가 한 달 가까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씨는 지난달 초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 3명을 모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경호 인력을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글을 작성했다.

이후 공범 A씨 등과 접촉해 사전 모의를 거쳐 범행에 착수했다. A씨 등은 미리 주변 정리를 모두 마친 뒤 범행 직후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씨 일행의 치밀한 범죄 행각이 드러날수록 이들의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은 커진다.

앞선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이씨의 아버지가 2000만원을 빌려 간 뒤 갚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김씨와 피해자 사이 채무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김씨가 범행 과정에서 집 안에서 가져갔다고 진술한 5억원의 행방도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을 키운다.

현재 경찰은 김씨가 가져간 5억원 가운데 1800여만원을 회수하고 김씨가 나머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김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