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유엔(UN) 등 글로벌 기관의 일하는 방식
[기고칼럼] 유엔(UN) 등 글로벌 기관의 일하는 방식
  • 신아일보
  • 승인 2019.03.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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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경영학박사)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 경영학박사 권혁필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경영학박사)

필자는 과거 대전광역시 국제통상과에서 투자유치팀장으로 근무하면서 2천억원 규모의 대전천변도시고속화도로와 1천억원 규모의 대전도시철도 통신부문 건설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국제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수행한 적이 있다. 이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사업을 수행하면서 UN 등 국제기구 또는 기관들과도 공동으로 협업하며 사업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당시 필자가 긴밀히 협력하며 사업을 수행하였던 국제금융기관과 국제기구 및 기관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독특한 ‘일하는 방식’은 아직도 필자의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되고 있으며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겨져 있다. 현재 우리의 무릎까지 밀려 온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우리가 생존하려면 그동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라왔던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국제금융기관과 UN 등 글로벌 기관이 일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해야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그들이 일하는 색다른 방식에 대해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그들은 조직은 철저히 팀-프로젝트-미션 중심으로 움직였다. 여기서 ‘팀’이라는 것은 소속의 의미이고, ‘프로젝트’는 수행 사업 또는 대규모 계획의 의미이며, ‘미션’은 일상적인 업무가 아닌 단위 과업 또는 해결해야할 과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의 근무평가(연봉의 기준)는 ‘얼마나 많은 팀에 소속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에 관여하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미션을 완수하는데 기여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건스탠리 은행에서 외국어를 잘하는 변호사는 ‘법무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해외사업팀’의 ‘두바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사업부’의 ‘특허소송’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팀-프로젝트-미션에 대한 참여도 및 기여도에 따라 급여를 추가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따라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팀-프로젝트-미션을 각각 여러 개를 담당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자료수집과 자료정리 등 간단한 일은 팀별, 프로젝트별, 미션별로 행정일을 담당하여 주는 사무원(clerk)이 비서업무를 수행하여 주기 때문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수시로 새로운 TF팀과 새로운 프로젝트 및 새로운 미션(미해결 과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희망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오고 있으며,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능력과 인맥(네트워크) 등을 감안하여 참여 신청을 하고 그 수행결과와 성과 및 참여도와 기여도는 동료들에 의해 공정하게 평가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둘째, 그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철저히 ‘브레인스토밍에 의한 집단지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팀-프로젝트-미션 별로 ‘임시’ 팀장은 존재하지만 의사결정에 대해서 전권이 있는 것은 아니며, 팀원들간의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점이다. 전략과 전술의 수립과 실행과정에서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각자가 인지한 정보를 모두가 공평한 위치에서 털어 놓고 솔루션(solution)을 찾아가는 ‘집단지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팀장과 팀원 모드가 상호 균등하게 평가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재 단계가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들은 당연한 듯이 내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구글 검색을 잘하거나,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최하위직 사원의 판단이 어떻게 몇 년 전 일부 경험만을 가지고 있는 최상급자의 판단보다 못할 수가 있는가?”

셋째, 그들의 업무절차는 철저히 ‘클라우드(cloud)’라는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안자가 정해진 형식 없이 특정한 이슈에 대해 보고서 형식으로 사내 클라우드에 올리면 TF팀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열람하고 바로 의견을 댓글 형태로 달면서 수정 보완을 거쳐 문서가 완성되는 형식이다. 이 대목에서 독특한 ‘동료평가‘ 라는 절차가 등장한다.

‘동료평가(Peer Review)’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가감없는 평가를 통해 보고서나 논문의 허점과 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절차로 조직내부 또는 외부의 전문가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문서나 보고서는 반드시 동료평가의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객관성과 타당성, 합법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위 클라우드에는 각자가 취합한 정리된 자료와 보고서, 노하우, 정보 등이 올라가 있고 키워드 검색을 통해 조직원 누구나 열람하되 열람한 자의 기록을 유지하여 외부유출을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더 많은, 더 유용한 자료를 올린 직원에게 연봉이 더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와 같이 ‘독특하고 새로운’ 일하는 시스템을 채택한 조직이 강한 이유는 그들은 모두가 지식을 공유하고, 언제나 빠르게 움직이며, 각자의 능력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여, 결국에는 경쟁에서 승리를 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매우 높은 부가가치(연봉 2억원 이상)를 창출하고, 집단적으로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으로 새로운 분야(블루오션)에 계속 진출함으로써 조직이 급성장한다는 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혁신’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생존을 결정하는 요소라면 그러한 혁신은 ‘일하는 방식의 개선’ 없이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일하는 방식의 혁신적 개편’만이 미래 생존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사업화지원팀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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