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운명의 날…29일 주총서 경영권 방어 총력
한진家 운명의 날…29일 주총서 경영권 방어 총력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3.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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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지분 우위에도 KCGI 목소리 높여…국민연금·기타 주주 변수
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독려에 ISS도 오너가 중심 구조 부정적 견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각각 오는 27일,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어 이를 골자로 한 주총 표 대결에 이목은 집중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코드 행사 여부와 기타 주주들의 표심은 변수로 떠오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주총 개최를 앞두고 경영쇄신 발표, 위임장 대리권유 등을 진행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올해 초부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두고 KCGI와 본격적인 신경전을 펼치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과 우호 지분은 KCGI 보다 많지만 기타주주들의 표심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타 주주들을 설득하면서 주총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다. 우호 지분으로 볼 수 있는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은 28.93%다. 2대 주주인 KCGI의 한진칼 지분은 12.01%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6.7%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기타 주주의 지분은 52.36%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이 29.96%이며 이와 더불어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3.35%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11.56%다. 기타 주주들의 지분은 56.08%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 측에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지난달 ‘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지배구조개선, 경영투명성 강화 적극 추진 등의 경영개선 방안 계획을 밝혔다.

이후 조 회장은 지난 5일 현재 임원을 맡는 진에어, 정석기업 등 9개 계열사 가운데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을 제외한 6개 계열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KCGI 측은 그룹 비전 계획이 자신들의 제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우호 지분 확보에 필요한 주주명부를 얻기 위해 한진칼·㈜한진을 상대로 법원에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가처분신청을 내면서 기타 주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진그룹도 기타 주주 설득을 위해 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 측이 주식을 가진 직원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 점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강요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모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조 회장이 연임하려면 총 34%의 지분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을 녹록지 않다. 지난 16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15일 조 회장 연임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주총을 맞게 돼 캐스팅 보트(찬성과 반대의 의결수가 동일한 경우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권)로 떠오른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극적인 행사를 독려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결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앞서 지난 수년 간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건에 대해 반대를 해 온 만큼 이번에도 반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