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속도로 위 소확행 '화장실'
[기자수첩] 고속도로 위 소확행 '화장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3.18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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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반대로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불쾌감을 갖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소확행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진정한 행복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요즘 아주 의외의 장소가 사람들에게 소확행의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바로 전국 각지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다.

사실 화장실은 그 존재만으로도 원초적 행복을 제공하는 공간이긴 하다.

오죽하면 절에서는 근심을 풀고, 번뇌를 사라지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 부른다. 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은 절실한 상황에 있던 사람이 문제가 해결된 후 속 편한 상황에서 보이는 달라진 태도를 꼬집는다.

이처럼 화장실에 들어가면 근심을 버리고 편안함을 얻어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공중화장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더럽고 냄새나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사람들은 불편함을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일쑤였다.

여기에 과감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다. 기자가 본 몇몇 고속도로 화장실은 혁신적인 것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획기적으로 향상된 위생은 기본이고, 불쾌했던 공간은 향기와 음악으로 가득 찼다. 영화와 동화, 역사 등 다양한 콘셉트를 적용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쁜 화장실 앞에는 포토존이 형성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자고로 화장실은 빠른 회전율이 필수인데, 사람을 머물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다.

도로공사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4일까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화장실 평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명이 무려 '느낌 있는 화장실 BEST 10'이다. 화장실 평가 기준을 '느낌'으로 잡을 정도니, 고속도로 휴게소가 추구하는 화장실 문화의 수준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여행은 즐거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고, 나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물론, 화장실 하나가 이를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저울의 무게추 하나를 '즐겁고 좋은 쪽'에 올려놨음은 틀림 없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