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풀어야 할 의문점 셋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 풀어야 할 의문점 셋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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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용의자·다른 시신 발견현장·늦은 신고
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중…시신 부검"
사건 장소인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건 장소인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3·수감중) 씨의 부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아직 범행동기 및 수법, 시신 유기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세 가지 의문점을 짚어봤다.

◇ 경찰 지목 용의자만 4명…'동기'는 무엇일까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이씨의 아버지 A씨와 어머니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용의자를 4명으로 특정한 뒤, 수사를 벌여 시신 발견 다음 날인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유력한 용의자 C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유일하게 붙잡힌 용의자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 부모와 돈 문제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확히 '돈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경찰이 4명으로 지목한 용의자들이 모두 이씨 부모와 금전 관계로 얽혀있는지, 아니면 일부는 사주를 받아 범행에 가담했는지도 베일에 쌓여있다.

통상 CCTV에 찍힐 확률, 도주의 번거로움 등을 고려할 때 살인에 많은 인물이 동원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현상이다. 따라서 이들이 굳이 4명이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의문으로 남는다.

일각에선 C씨의 진술과는 달리 이번 번행이 이씨를 향한 원한에 의한 '보복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는 과거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범죄로 여러 사람에 사기 행각을 벌였고, 이들이 피해를 입은 금액도 상당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들이 위험성을 감수하고 4명이서 범행을 저지른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계획이다.

◇ 늦은 실종신고…가족은 왜 20여일 간 몰랐나

사건의 또 다른 의문점으로 꼽히는 것은 늦은 실종 신고 시간이다.

당초 경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를 가족의 신고를 받고 착수하기는 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며칠째 A씨와 B씨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실종신고 접수 2시간여 만에 숨진 두 사람을 발견했는데, 이들의 사망 시점은 시신발견으로부터 3주정도 거슬러 올라간 지난달 25~26일께로 추정했다.

A씨 등은 이 시점부터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가족의 실종신고 자체가 늦어 시신발견도 3주 뒤에나 이뤄진 것이다.

만일 실종신고가 조금 더 일찍 이뤄졌다면, 경찰은 시신을 더 빨리 발견했고, 달아난 용의자 3명의 추적도 훨씬 수월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부부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가족의 실종신고가 20여일이나 지체된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평소 왕래가 잦지 않았거나 연락을 수시로 하지 않는 사이라면 실종신고가 늦어졌을 수도 있는 만큼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 각기 다른 2곳의 시신 발견현장…'노림수' 있었나

게다가 두 사람의 시신 발견현장이 서로 다른 점도 수수께끼다.

현재 경찰은 여러 정황을 토대로 이씨 부모가 모두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자택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씨는 평택의 한 창고에서, B씨는 안양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용의자들이 두 사람을 살해 후 A씨만 앞서 임대해 놓은 평택의 창고에 유기하고 달아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직까지 용의자들이 범행 후 곧바로 달아나지 않고 굳이 시간을 들여 A씨의 시신을 옮기는 수고를 감수했는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생각해볼 수 있는 가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범인들이 B씨가 발견됐을 때 A씨를 용의자로 몰기 위해 시신을 분리 유기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범인들이 A씨의 시신을 유기한 곳은 용의자 가운데 1명이 임대한 곳이다. 즉, 자신들만 아는 장소에 남편 시신을 유기해 수사에 혼동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애초 A씨가 평택의 창고에서 살해됐을 경우다. 경찰도 이 경우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확인을 위해 A씨 등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공범들을 추적하는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