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은 새 삶 일구는 ‘사회적 이민’…확고한 의지가 먼저”
“귀농귀촌은 새 삶 일구는 ‘사회적 이민’…확고한 의지가 먼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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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원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귀촌 관심부터 이주까지 수요자 맞춤형 교육·정보 제공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사진=박성은 기자)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사진=박성은 기자)

인터뷰/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도시화·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됐던 1980~90년대에 많은 인기를 얻었던 TV 프로그램 중에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있다. 이들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는 의외로 지방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했던 4050세대였다고 한다.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전원일기를 보면서 어렸을 때 자랐던 옛 고향의 정겨운 시절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세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변하면서 전원일기와 같은 농촌 드라마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영화 ‘리틀포레스트’, 예능프로 ‘삼시세끼’ 등 시골살이와 농촌, 귀농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귀농귀촌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도 귀농귀촌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귀농귀촌을 희망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전반적인 상담과 정보제공, 교육 등을 지원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가 문을 연지 올해로 8년차가 됐다. 2012년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으로 설립돼 2014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소속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조성됐다.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을 통해 귀농귀촌 현황과 예비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귀농귀촌 인구가 2017년 기준 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 추세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귀농귀촌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은 베이비부머(1940년대 중반~1960년대 중반 출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향이 크다. 도시 일자리 문제가 불안정하고 과거처럼 정년 보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고향 등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사람들이 갖는 삶의 가치관이 이전보다 다양해진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규정했다면 요즘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삶을 살고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적인 더불어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6차산업 육성과 농업사회경제의 성장 등으로 농업법인 수가 꾸준히 늘면서 농촌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증가한 영향도 일부 있다. 이 같은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 추세는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실제 이주까지 이뤄지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수요자가 실제 필요로 하는 정보와 교육 제공에 초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홈페이지와 가이드북, 우수사례와 같은 홍보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홈페이지에 정부·지자체가 추진 중인 모든 귀농귀촌 지원사업과 관련 정보가 집적되다보니 홈페이지 방문자만 하루 평균 5000여명이 넘는다.

수요자 입장에서 궁금한 사항을 자세히 문의할 수 있는 상담실도 운영 중인데 반응이 무척 좋다. 전화나 온라인 문의는 물론 직접 방문을 통해 상담 받을 수 있다. 귀농귀촌자금과 교육과정, 농지임대, 주택구입과 같은 구체적인 문의에 대해 전문 상담사들이 직접 응대하고 있으며 연간 상담건수만 3만여건에 이르고 있다.

또한 귀농귀촌과 관련한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연령별·유형별·단계별로 구분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지역에서 어떤 작목을 재배하면 좋을지 궁금한 이들을 대상으로 관심품목 선도농가를 방문해 현장에서 자세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귀농닥터’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귀농귀촌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정책과 궁금증 등 다양한 정보가 집적됐다. (사진=해당 홈페이지 갈무리)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귀농귀촌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정책과 궁금증 등 다양한 정보가 집적됐다. (사진=해당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의 귀농귀촌교육과 지원사업이 수요자 중심으로 대폭 개선됐다고 들었다.
지난 2008년부터 정부 차원의 귀농귀촌교육이 진행됐으나 교육체계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실수요자 입장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2017년 귀농귀촌 교육체계개편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와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를 꾸준히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연령·대상·수준별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교육과정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올해의 경우 교육시간도 40시간부터 최대 300시간까지 다양하게 마련해 선택범위를 넓혔다. 구체적으로 연령·대상별로 2030 창농과 4050전직창농, 60은퇴창농, 장애인 계층으로 구분해 진행되고 있다. 2030 청년창업농은 농산업 트렌드와 창업아이템 발굴, 전자상거래 등을 배울 수 있고, 60대 이상 은퇴창업농 프로그램은 귀농귀촌 정착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지역기반이 전혀 없는 예비청년농을 대상으로 한 ‘청년귀농 장기교육’도 신설했다. 6개월간 합숙을 통해 작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대한 현장실습교육은 물론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귀촌인에 대한 신규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귀촌인들이 농업을 기반으로 체험·교육·치유와 같은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농촌형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귀영 센터장도 1980년대 후반 충남 홍성에 터를 잡은 귀촌 1세대다. (사진=박성은 기자)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귀영 센터장도 1980년대 후반 충남 홍성에 터를 잡은 귀촌 1세대다. (사진=박성은 기자)

-김 센터장 본인도 충남 홍성에 터를 잡은 귀촌 1세대다. 예비 귀농귀촌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귀농귀촌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 이민’과 다름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인간관계와 관습, 문화 등을 다시 배우는 일이기 때문에 간단치 않다. 더욱이 귀농의 경우 이주는 물론 직업까지 바꾸는 것인 만큼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즉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때문에 무엇보다 귀농귀촌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목적의식이 요구된다.

농업은 타산업과 달리 기후변화·시장가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대만큼의 소득을 얻기 힘든 경우도 많다. 물론 귀농귀촌해서 많은 소득을 올린 사례가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는 등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귀농귀촌은 인생의 가치와 시각을 전환하고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또한 농업은 경영이다. 시작 전에 많은 시간과 투자를 통해 다양한 교육과 정보를 접하고 하고자 하는 사업계획을 충실하게 짜는 게 중요하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