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응 지켜보며 수위·시점 조율하려는 듯… 대화 여지 남겨
美 "대화·협상 희망" 일단 차분한 반응 보여… 북한 매체도 조용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행동 계획이 담긴 공식 성명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한층 강경해진 미국의 대북 스탠스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부상이 김 위원장의 성명을 예고한 것을 두고 일종의 말미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측의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최 부상의 발언과는 다르게, 김 위원장의 발언은 돌이킬 수 없는 선언이 된다. 이 때문에 북한도 김 위원장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만큼 당장 공개하기 보다는 미국 측의 반응을 지켜보며 수위나 시점을 조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 부상은 또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특정하면서 "그들은 불신과 적대적인 회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건설적인 협상을 만들기 위한 두 정상의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위기감을 조성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화에 적극적이었고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으며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했다.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이 같은 강온 전략은 상대방 의중을 탐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 수위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미국의 후속 대응 역시 결정될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7일까지 최 부상의 회견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을 비롯해 북한이 장외공세 용도로 자주 활용되는 선전 매체들 역시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표면적으론 대미 압박의 공세를 높이면서도 동시에 협상 판을 깨지 않기 위한 북한 나름의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일단 미국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대화,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최 부상은 분명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16개월 동안 중단한 핵과 미사일 시험을 다시 한다면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는 것이란 점을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대표적 강경파도 말 표현을 누그러뜨렸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주장은 부정확하다"며 "하지만 우리가 반응하기 전에 미국 정부 내에서 더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성명은 북한 최고지도자 이름으로 발표되는 만큼 매년 4월9일에서 10일에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초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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