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싸워줘서 감사합니다"…'세월호' 영정 광화문 떠난다
"함께 싸워줘서 감사합니다"…'세월호' 영정 광화문 떠난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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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임시 보관장소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열린 이안식에서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임시 보관장소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한다 아들 딸들아, 우리를 잊지 않은 분들에게 인사하고 떠나자."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 내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이 진행됐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오는 18일 예정된 세월호 천막 철거에 앞서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희생자 304명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열었다.

이날 이안식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마지막 가는길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 등 100여명이 모였다.

이안식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불교에서는 명진스님이, 기독교에서는 홍요한 목사, 천주교에서는 서영섭 신부가 나와 종교의식을 이행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모 낭독도 있었다.

박 소장은 "이곳(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304명의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한 언론, 폭식 투쟁했던 '일베' 회원, 옆을 지나 행진하며 욕설을 퍼붓는 '태극기 부대'도 기억하겠다"며 "어둠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지켰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 했는데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이 든다"면서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곳에서 단식을 했고 삭발을 했고 물대포와 싸웠다. 이곳에서 함께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하다"면서 "국민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정을 옮기는 절차가 진행됐다. 사회자가 고인을 호명하면 희생자 가족이 나와 영정을 받았다.

담담하게 영정사진을 받는 유가족도 있었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영정 사진을 받기도 했다.

슬픔을 삼키던 유가족들은 사회자가 단원고 반별로 희생자 한명, 한명을 호명하자 울음을 터뜨렸다. 천막 앞에 앉은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닦으며 이안식을 지켜봤다.

분향소에 있는 약 300개의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된다. 영정이 어디로 옮겨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분향소 천막 14개 동은 18일 오전 10시 철거된다. 철거가 끝나면 이곳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된다.

목조 형태인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현 분향소 위치(교보문고 방향)에 79.98㎡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추모 공간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고, 동시에 시민의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