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부실 논란·국산 브랜드 인기에 ‘다이슨’ 명성 잃나?
내구성 부실 논란·국산 브랜드 인기에 ‘다이슨’ 명성 잃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3.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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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 내구성 결함 지적
약한 흡입력·전원스위치 문제 등도 빈번히 발생
LG·삼성 등 물걸레 무선청소기 앞세워 시장공략
미국의 소비재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일부 다이슨 스틱 무선청소기의 내구성을 문제 삼아 추천 제품에서 제외했다. (사진=Consumer Report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의 소비재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일부 다이슨 스틱 무선청소기의 내구성을 문제 삼아 추천 제품에서 제외했다. (사진=Consumer Report 홈페이지 갈무리)

‘100만원 고가청소기’로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장악했던 다이슨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고 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프리미엄 마케팅을 앞세워 한동안 명품청소기로 이름을 높였지만 내구성 부실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LG·삼성 등이 우리 실정에 맞는 무선청소기를 앞세워 소비저변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다이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평가매체인 ‘컨슈머리포트(CR)’가 다이슨의 스틱형 무선청소기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일부 제품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2016년 최우수 등급을 받은 V8앱솔루트와 지난해 선보인 V10 싸이클론 등 5종이다.

추천목록에서 제외된 가장 큰 이유는 ‘내구성’이다. CR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원들이 구입한 5만1275종을 대상으로 성능 재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제품의 내구성(Reliability)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 것.

CR은 “다이슨 무선청소기 신뢰도는 구입 후 2년간은 다수의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슷하나 3년차부터 평균 이하로 떨어져 5년 후 신뢰도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한 사람들의 19%가 3년 이내 배터리 문제로 불편함을 경험했고, 12%는 브러쉬 오작동 또는 미작동을 경험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한편 무선청소기의 경쟁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흡입력(Suction)이 떨어지고 전원스위치 문제와 작동 중단 등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CR은 다이슨 브랜드의 ‘예측 신뢰성(Predicted Reliability)’을 10점 만점에서 2점으로 매겨 아주 낮은 평가를 내렸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CR은 미국 최대 소비재 전문 월간매체다. 광고 없이 오로지 기부와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매월 가전제품과 자동차, 주방기기 등의 소비재를 직접 구입해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매체 중 가장 권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사진=다이슨 홈페이지 갈무리)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사진=다이슨 홈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내구성 부실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할 조짐을 보인 가운데 LG·삼성 등이 소비자 니즈(Needs)를 발 빠르게 반영한 국산 무선청소기를 내놓으며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다이슨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청소에 부담을 겪는 소비자 여건을 감안해 물걸레가 가능한 무선청소기를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내 미세먼지는 바닥에 가라앉지 않고 떠다니기 때문에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는 물걸레가 필수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코드제로 ‘A9 파워드라이브 물걸레’는 지난해 연말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구매 문의가 활발한 편이다. 삼성전자가 올 1월 말 시장에 내놓은 물걸레 브러시를 탑재한 무선청소기 ‘제트’ 역시 반응이 좋아 매출이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걸레가 부착된 제품은 일반 무선청소기보다 평균 20~30만원 비싸지만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그간 다이슨이 장악했던 무선청소기 시장을 국산 가전업계가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새다.

양판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의 인지도가 여전히 높지만 최근 들어 내구성 부실이나 공기청정기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는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품질과 브랜드 관리가 부족할 경우 무선청소기를 비롯한 다이슨 제품 수요는 이전보다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