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본다.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떻게 될까. 대기질을 확인 후 여지없이 마스크를 집는다. 최근에는 맑은 하늘을 본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다. 거리에는 마스크 없이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공기청정기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은 이제 피할수 없는 일상이 됐고, 막기위해 안감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학생들은 체육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재래시장과 길거리 노점상 상인들은 뚝 끊긴 손님에 생계가 막막하다. 국민들은 비싼 마스크 값이 감당안돼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상마스크 지급을 요청하고 나섰고 외식 대신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지경이다.
미세먼지로 탄생한 신조어인 삼한사미(三寒四微,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도 이제는 옛말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어지고 발생 주기가 더 잦아지면서 구한팔미(九寒八微), 이한육미(二寒六微)라는 말이 등장했다.
최근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일명 ‘미피(미세먼지 도피 해외여행)’가 유행하고 있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미세먼지를 피할 길이 없으니 은근히 재력을 뽐내며(?) 몇 달 씩 해외에 체류하면서 온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소외감을 느낄 법 하다.
정부는 그간 미세먼지 심각성을 알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미세먼지 관련법안들도 여야의 입장차로 국회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국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 갔고 급기야 ‘북한의 비핵화’보다 ‘미세먼지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국민들의 염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걸까. 마침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 법안이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고, 일반인도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살 수 있으며 학교마다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과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친 4건의 미세먼지 대책 법안도 의결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속에서도 미세먼지 법안이 차질없이 통과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 만큼 미세먼지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이다. 개정안 통과로 인해 법률상 재난으로 지정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 투입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의 미세먼지 대책 중에 가장 강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손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사회 전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했고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반 전 총장도 이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답을 줬다.
미세먼지 문제는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한 상황이 됐다. 법안이 통과됐고 범사회적 기구를 만들자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정부는 주변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으면서도 내부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 할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미세먼지는 반드시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될 숙명적인 과제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