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1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에서 열리는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 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1시27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비색 양복에 흰색 셔츠 차림을 한 이 전 대통령이 검은색 차량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지지자 수십여명이 '이명박'을 연호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 미소와 함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직접 악수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경호나 변호인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출석했다. 다만 출석하며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은 "저게 정말 아픈 것이냐. 아프지도 않은데 쇼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별다른 반응 없이 서울고법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고혈압, 심장부정맥 등 건강문제를 사유로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에 참석하지 않겠다면서 지난 11일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만든 핵심 증거가 된 일명 '이팔성 비망록'의 작성자로,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 신문해야 할 핵심 증인으로 꼽았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회장의 불출석 사유가 타당한지 등을 따져본 뒤 이 전 회장에 대해 강제 구인장을 발부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소환을 피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출석해서 증언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면 법정 밖이나 증인의 주소지에서 신문이 가능하고, 피고인 앞에서 진술하는 게 불안하다면 차폐 시설을 설치하거나 증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며 "이팔성이 제시한 불출석 사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팔성에 대해서는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며 "우리 법원은 이팔성에 대해 안전하게 법정 출석하고 증언을 마친 후 돌아가도록 증인 보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증인 신문 기일을 4월 5일로 다시 지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외에 증인으로 소환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도 이 전 대통령을 대면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