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총 앞두고 ‘전자투표’ 열풍…‘주주권익’ 챙긴다
재계, 주총 앞두고 ‘전자투표’ 열풍…‘주주권익’ 챙긴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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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포스코·CJ·현대글로비스 등 확산 추세
섀도보팅 폐지 여파…단체행동땐 경영 차질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면서 재계가 소액 주주권익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도입 이후 주주들의 경영 개입이 늘면서 재계 전반에 전자투표제가 확산될지 시선이 쏠린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들어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CJ 등 대기업 상당수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고려중이다. 

전자투표제는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해 주주가 주총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이 2017년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3%룰’과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다퉈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쉬워진 의결권 행사로 따라오는 ‘주주친화적 기업’,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의 이미지도 기업들에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예탁원의 주총 전자투표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한 상장사는 총 1204개사로 전체 상장사 2111개사의 57%에 달한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우선 SK의 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 5대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대기업 지주사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록도 있다. 

올해부터는 SK하이닉스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회사는 지난 1월 주주친화정책 차원에서 주주 의결권 행사의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7년 말 주주명부 기준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가 31만2909명(63.01%)에 달하는 만큼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전자투표제 도입 이후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 주식이 총 발행주식의 80.7%인 7468만3693주로 전년보다 169만주가량 늘었다.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만 77만주를 넘는다. 

포스코도 이번 51기 정기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이번 결정은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으로, 포스코는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 외사 홈페이지 및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등을 통해 세부적인 전자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는 주주권익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2016년부터 분기배당제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CJ가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 CJ CGV 등 주요 3개사에 전자투표제를 확대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CJ는 선도적으로 CJ대한통운과 CJ씨푸드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바 있다. 

특히 CJ그룹은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신설하고, 사외이사가 연임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명시토록 하는 등 주주 권리 보호 및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최초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한 기업 IR 담당자는 “거대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주주친화정책을 속속 도입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전자투표로 회사 안건마다 반대표를 던지는 등 주주들의 단체행동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