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그룹, 엘리엇 ‘현금배당 제안’ 뿌리칠까?
현대車그룹, 엘리엇 ‘현금배당 제안’ 뿌리칠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3.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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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 루이스 현대차 손들어줘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보강 계획 발표도…지배구조 재편 힘 받나
(사진=신아일보)
(사진=신아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가운데,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글래스 루이스와 함께 국내외 자문사들은 현대차 주총에서 회사 측 안건 대부분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현금배당 안에는 반대 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앨리엇은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 현대모비스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총 2조5000억원) 등 모두 합쳐 7조원에 이르는 배당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ISS는 최근 앨리엇이 밝힌 배당 제안에 대해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향후 현대차 연구·개발(R&D)이나 자본요건 충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글래스 루이스도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앨리엇 제안에 반대하면서 현대차에 힘을 실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12일 ‘2019년 정기주주총회 임원 선임 및 배당 특이안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며 “당기에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것보다 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국내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엘리엇의 배당 제안은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으로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지난해 5월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다가 앨리엇에 패해 임시 주총을 취소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추진은 지난해와 달리 상황이 역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앨리엇의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ISS와 글래스 루이스를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앨리엇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다만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 안에 모두 찬성을 권고했지만 ISS는 현대차와 앨리엇의 제안을 각각 일부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ISS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인 윤치원, 유진오, 이상승 등 3명 중 윤치원 후보만 찬성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인 존 류, 로버트 랜들 매큐언, 마가렛 빌슨 등 3명 가운데 존 류와 로버트 랜들 매큐언 후보 2명에 찬성할 것을 권유했다.

또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모비스 이사회 구성에 대해 앨리엇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모비스의 구성과 규모가 독립성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12일 사외이사 역할과 독립성 강화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앨리엇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하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적과 관계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POOL)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 받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구비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여러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