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비건 내세워 北 압박하는 美… "점진적 비핵화 없다"
이번엔 비건 내세워 北 압박하는 美… "점진적 비핵화 없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9.03.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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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이후 첫 대북발언… 볼턴 이어 압박메시지 발신
동시·병행적 기조 내세웠는데… '단계적 해법 거부' 분명히 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까지 내세워 북한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모양새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대북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뒤 비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대북 발언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북미간 긴밀한 대화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원한 만큼 진전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외교는 살아있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또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해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평양 실무담판'을 앞두고 스탠퍼드대 강연을 통해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기조를 공개적으로 꺼내며 사실상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북한과의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임하면서 단계적 접근 방법을 열어두며 한층 유연성을 발휘해 협상 타결 기대를 높였던 그가 "점진적 비핵화는 안 한다"고 원점 회귀한 것이다.

또 그는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며 '빅딜' 수용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토털 솔루션'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서 김 위원장에게 '더 통 크게 가라', '우리와 함께 가기 위해 비전을 믿어라'고 주문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실무협상을 주도한 비건 대표의 입을 통해 북측에 '빅딜'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볼턴 보좌관도 전날 미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그들의 입장을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비건 대표까지 나서서 빅딜 접근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향후 대응을 위한 숙고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