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租稅)는 시대를 막론하고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조선시대 대동법도 어느 정도 안착돼 시행되기까지 100여년의 저항과 논란을 겪은 조세법이다.
청소년기 교과서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대동법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이 각 지역의 특산물로 세금을 납부하게 했던 공납이라는 제도의 폐해를 없애고자 경작지에 따라 쌀로 세금을 징수하고 중앙과 지방에 일정비율로 배분했던, 조선시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법제도로 알고 있다.
대동법 이전 백성들은 전쟁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마당에 마을별로 생산되지도 않는 공물을 세금으로 내야했고, 그러다 보니 세금납부 의무자였던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됐다. 또 공물을 지방 관리나 상인에게 비싼값을 치르고 대납시키는 방납이라는 폐단까지 생겨 이중고를 겪고 있던 터였다.
광해군은 불합리한 조세가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1608년 경기도 지역에서 대동법을 시행하고 선혜청에서 관리하게 했다. 물론 백성들의 부담은 줄어든 반면 양반 지주들은 기존 토지세에 더해 넓은 경작지로 인한 증세에 반발하고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이후 효종이 즉위하고 실학자였던 김육이 대동법을 강력히 주장해 입법화 했고, 1700년대 후반에서야 함경도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김육이 사망하자 대동법을 시행했던 충청도 백성들은 한양까지 문상을 오고 평택에 ‘김공육 대동균역 만세불망비’라는 기념비까지 세웠다고 하니 당시 대동법이 사회에 미친 파급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는 역대 최대의 초과 세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계획했던 268조1000억원보다 무려 25조4000억원가량 더 많은 293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였는데, 계획보다 법인세 7조9000억원, 양도소득세 7조7000억원, 부가가치세 2조7000천억원, 증권거래세 2조2000억원, 근로소득세 2조3000억원을 더 징수한 수치라고 한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기업과 부동산 거래에서 세금이 확연하게 더 걷혔으니 소위 말하는 조세형평성상 별 문제 없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계획대비 10%에 달하는 세수가 늘었으니 잘못된 세정계획으로 정부곳간을 채웠다고 질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정부의 세수 계획의 ‘삐끗’을 볼 때, 최근 세간에 회자되는 표준지공지가 현실화나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의 행보가 정부의 조세형평성과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써 얼마나 현실적 반영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연봉 5000만원 근로소득자가 최고한도의 공제를 받을 경우 49만5000원 가량의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한다. 폐지를 두고 혜택이 사라지니 유리지갑 증세라는 조세저항이 일어난 것이 정부가 제도 연장을 결정 하게 했다고 여겨지는데, 폐지든 연장이든 뭔가 납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기-승-전-카드많이 써라’인가?
조세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하고 소득에 따라 공평한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조세형평성에 따라 국가가 세수의 계획과 집행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냥 눈치 볼 일만은 아닌것이다.
다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조세저항에 대한 국민정서를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느냐가 정부가 조세의 방향을 정하는데 기본이 돼야 하지 않을까. 많던 적던 세수 계획에 큰 오차가 나는 것도 그렇지만 여론에 기조가 흔들리는 모습도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정부는 자칫 대다수 유리지갑들이 역차별 받는 경우는 없는지, 조세평등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피는 치밀함으로 없앨것은 없애고, 필요한것에는 디테일을 보여주기 바란다.
/고재태 신아 C&P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