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회 연설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본회의장 고성·몸싸움 섞여 아수라장… 여야 할것 없이 비판
靑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 국민께 머리숙여 사과하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놓고 여야가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더욱 격앙된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당이 직접 굴절 없는 대북 메시지 전달을 위한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하고 획기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고 직접 김정은정권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비핵화라면 한국당도 초당적으로 돕겠다"며 "하지만 가짜 비핵화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전통 보수정당으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며,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소위높은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의 수위높은 발언으로 이날 본회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고함과 한국당 의원들의 박수소리, 양측의 몸싸움 등이 뒤섞이며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도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전례와 달리 마무리발언이나 '수고했다' 등의 인사도 없이 본회의를 마쳤다.
민주당은 이날 나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해찬 대표는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즉각 법률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자기들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사과하지 않으면 그를 야당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즉각 비판 입장을 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며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회 대표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는 것을 보면, 5·18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홀로코스트적인 발언 역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실수가 아닌, 자유한국당의 공식입장인 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리민복에는 철저하게 무능하면서, 싸움 거는 데만 능한 자유한국당의 대표연설은, 자유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대표연설이었다"며 "자유한국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며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