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실수요에 도움?…자산가치 하락하면 '부담 더 커'
미분양, 실수요에 도움?…자산가치 하락하면 '부담 더 커'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9.03.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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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전국 빈 집 수 4년반 만에 최대치
국토부 긍정적 해석에 전문가 "맥 잘못 짚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신아일보DB)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신아일보DB)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약 4년반 만에 최대치로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위축세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토부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주택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미분양이 늘고 주택시장이 위축되면 대출에 의존해 집을 샀던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건설산업 성장 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12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시·군·구별 미분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말까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만9162가구다.

이는 지난 2014년9월 1만8342가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분양 물량의 대다수는 지방에 쏠려있다. 지방 미분양 가구 수는 5만1062가구로, 전국 미분양 주택의 86%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이 1만4060가구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북(8531가구)과 충남(7149가구), 강원(5589가구)이 뒤를 잇는다. 세종과 광주, 대구를 제외한 지방 시·도 대부분이 1000가구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1월 말 1만7981가구로, 전월(1만6738가구) 대비 7.4%가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오름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토부에 미분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8월 공공주택 공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고, 사업 규모도 조절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처럼 지방 도시들은 늘어나는 미분양으로 인해 악 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분양 증가가 실수요자들에게는 이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지난 7일 국토부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에 이은 간담회에서 미분양 증가와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해당 지역의 주택이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라며 "(주택시장) 하락 추세나 하락폭이 시장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 보긴 어렵고, 오히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시장 상황을 만드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부동산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가 미분양 증가 문제의 맥을 잘 못 짚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방 미분양 문제를 실수요자들을 위한 청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설사 그런 측면이 있다해도 빈집이 늘어나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은 결코 좋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서민층이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이미 집을 보유한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A연구원는 "지방 미분양은 실수요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방 미분양을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이를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B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고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계획했던 분양물량의 상당 수가 올해로 밀렸고, 올해 초 계획했던 물량 역시 벌써 상당 수를 내년으로 미뤄놨다"며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주택사업자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