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시기적 특성도 있지만 지난날의 적폐청산과 관련 친일행적에 대한 문제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대법원이 과거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한일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됐다.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한일 갈등이 증폭됐다.
최근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관세 인상 등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판결에 따라 한국인 징용피해자 소송의 원고 측이 일본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자산압류와 관련해 압류재산을 매각하면 한국 경제에 동등한 경제 손실을 주는 조치로 한국산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을 검토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언론은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 기초한 협의를 최대한 요청할 방침이지만 한국 정부가 응할 조짐이 없다면서 관세 인상 외에 일부 일본산 제품의 생산 중단과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그 대항조치로 이미 100개 전후의 선택지를 추려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도 일부세력이기는 하지만 정치·외교적 문제를 경제를 무기삼아 강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경제영역이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 경제로 재편한 것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이자 자국 내 정치만 바라보다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행동이다.
당장 5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경제인회의가 9월로 연기됐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양국 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50년 동안 이어진 대표적인 한일 경제협력 협의체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놓고 9월 연기보다는 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속내처럼 일련의 압박이 우리 기업에게 큰 피해를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그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인해 마주할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관세부과는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 가능성이 크다. 불화수소의 경우 전략물자로 분류돼 정부가 수출에 관여할 수는 있지만 일본기업들 역시 타격이 커서 실행하기 쉽지 않다. 반도체의 경우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일본 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인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과 등을 돌릴 경우 일본 반도체 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한일관계는 ‘치킨게임’으로 풀 수 없다. 자칫하다간 ‘양패구상’의 과오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이제 한일관계는 제대로 된 과거청산과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합리적인 선택만 남았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