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보유 기업, 성장성·수익성 ‘껑충’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 성장성·수익성 ‘껑충’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11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간 R&D 358.4%↑…배당수익과 주당이익에도 ‘유리’
경영권·지배구조 안정적 유지…장기투자에 집중 가능해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미보유 기업들에 비해 성장성이나 수익성, 안정성을 나타내는 경영지표 항목들에서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기업들은 배당수익 등 주주권익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들 가운데 비금융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10개사가 미보유 68개사보다 경영지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차등의결권은 주주들에게 차별적으로 의결권을 주는 것을 뜻한다. 현행 상법상 명시된 ‘1주 1의결권’에 예외를 인정해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미국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 대주주들은 1주당 의결권 10개를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갖고 있어 1주만 갖고 있어도 10주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밖에 뉴욕타임즈, 알리바바, 포드자동차, 페이스북 등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은 2008년보다 44.1% 증가해 같은 기간 미보유 기업의 증가율(27.0%)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은 보유기업이 358.4%로 미보유 기업(92.5%)의 약 4배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보유기업이 155.8%로 미보유 기업(48.5%)보다 높았고, 부채비율 증가율 또한 20.7%로 미보유 기업(178.0%)보다 낮아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월한 경영실적을 보였다.

아울러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의 주주들은 미보유 기업의 주주보다 배당금을 더 많이 받는 등 주주권익 측면에서도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0년간 배당금 증가율은 보유기업이 118.4%로 미보유 기업(55.2%)의 2배였고,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을 포함한 희석주당이익 증가율 역시 보유기업(287.1%)이 미보유기업(142.7%)보다 높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이 ‘1주 1의결권’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또한 대주주나 창업주 개인이나 가족의 지배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재벌총수의 강력한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의결권에 차등을 두기 때문에 기업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잘못된 경영을 저질러도 일반 주주들의 권한과 감시, 견제가 무력화될 수 있어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연 관계자는 “조사대상 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시총 최상위에 랭크된 상장사들인 만큼 경영진에게 미래 장기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지배구조와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 경영성과를 가른 요인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