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국민들의 치열하고 헌신적인 투쟁과 피땀 어린 노동을 통해 지금만큼의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사회 곳곳의 불평등, 양극화, 불공정으로 인한 크고 작은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자부심과 자괴감이 공존하는 곳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최근 민주주의, 인권, 민생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은 나날이 더 높아져가고 있다. 국민들은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공공서비스, 민생복지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할 공공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완과 개선이 시급한 형편이다. 동시에 국민이 세상을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저렴하면서도 합리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법률의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지만, 국민을 위한 필수적인 법률 교육과 법률서비스 제공과 보장은 몹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서민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때 비용문제나 정보부족, 접근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밀착형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법무사들의 법무지원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서민 대부분은 소가가 3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 재판에 있어서는 비용문제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액사건 재판만큼은 저렴한 비용으로 법무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여론을 반영한 법무사법 개정안,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은 매번 국회에 단골법안으로 제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액사건의 경우엔 대부분의 국민이 변호사를 선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나 홀로 소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호사들이 걱정하는 변호사 업무영역 침범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 자료에 의하면, 2013년 법원에 접수된 소액사건 중 83.2%가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나 홀로 소송을 했다.
물론 법무사에게 소액사건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도 법무사들의 소액사건 소송대리가 무변론 문제 해결과 나 홀로 소송 서민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소송 진행의 문제, 변호사 업무영역에 대한 침해 여지,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숫자가 급증하는 점 등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소송 진행이라는 점은 법무사들이 이미 일정한 법률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또 법무사 양성과정에서 소액사건 재판대리 관련교육을 추가한다면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업무영역에 대한 새로운 직군의 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소액사건의 대부분이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나 홀로 소송이란 점을 상기하면 법무사들이 제한적으로 저렴하게 소송대리를 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영역을 크게 침범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 법사위 보고서는 법무사의 소액사건 소송대리에 대해 ‘소액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적정성을 보장하고 소액사건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지금 서민들에겐 이와 같은 저렴한 소송대리서비스가 매우 절실하다. 그래서 법무사들의 소액사건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경우, 그 비용은 변호사 비용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무사들로부터 제대로 된 소송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전·사후 조치도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변호사와 법무사의 업무영역에 대한 논란을 포함한 모든 문제들은 무엇보다 서민들에게 부작용은 없는지, 서민들에게 어떤 것이 진짜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액사건의 경우에만 법무사에게 제한적인 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서민들에겐 큰 부작용은 없으면서도 비용이나 접근성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국회는 서둘러 관련 번안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소송절차를 따르지 않고 법원이 후견적 역할을 해 간이·신속하게 처리하는 ‘비송 사건’에서의 법무사의 역할정립 문제도 같은 관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법무사의 업무유형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각 단계별로 국민들께서 위임절차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등 국민의 불편함이 많다. 심지어 변호사들만이 할 수 있는 대리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생활법률 전문가인 법무사들이 처벌받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현실은 꼭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민·형사 소송사건의 대리는 그대로 변호사만 담당하되, 각종 신청 및 비송사건, 사법보좌관 처리 사건, 개인회생·파산 신청, 강제집행 신청 등의 대리를 법무사에게 허용하는 내용의 법무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역시 하루 빠른 통과가 바람직할 것이다.
비송사건의 대부분을 실제로 처리하는 법률전문가는 법무사인데, 관련 법률서비스의 지원과 대행은 가능하지만 포괄적 대리행위는 일절 금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법무사법 개정 이슈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결정 근거는, 그것이 우리 서민들에게 더 유리하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를 따지는 것이어야 한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거나 예방하면서 주민밀착형, 생활밀착형 법률서비스를 국민들이 아주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국회가 더 이상 법무사법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의 신속한 법무사법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논의와 처리를 당부하고 촉구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상지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