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배당성향…‘주가부양이냐 M&A자금확보’ 두고 엇갈려
금융지주 배당성향…‘주가부양이냐 M&A자금확보’ 두고 엇갈려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3.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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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가 2018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역대급 배당을 하는 가운데 경 경영 전략에 따라 배당성향이 엇갈렸다.
 
특히 주가 부양과 인수·합병(M&A) 자금 마련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둘지에 따라 배당성향이 나뉘었다.

올해 지주체제로 재출발한 우리금융은 배당을 자제하고 이익을 남겨둔 반면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을 크게 높여 주가 부양에 힘을 실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2018 회계연도에 보통주 1주당 650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21.5%로 전년의 26.7%에 견줘 5.2%포인트 낮아졌다. 이익을 주주들에게 덜 나눠주고 내부에 쌓아두기로 한 것이다.

우리금융이 배당성향을 높이면 BIS 비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 이번에 배당을 자제하면서 높여 둔 수준이 15.9%다.

주가 부양도 과제로 남아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4%를 팔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1만4000원으로 지난달 13일 상장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는 반대로 배당성향을 전년 22.5%에서 이번에 25.5%로 3.0%포인트나 끌어 올렸다.

4대 금융지주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고 상승 폭도 가장 컸다. 본격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의 시가배당률은 5.0%로 KB·우리금융(4.0%)과 신한금융(3.9%)에 견줘 높다. 시가배당률은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로 예금상품의 연이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가배당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 매력이 올라간다.

하나금융은 M&A용 실탄을 쌓아둘 이유도 많지 않다.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베팅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M&A 추진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다.

배당성향은 KB금융 24.8%, 신한금융 23.9%다. 배당성향이 올라가긴 했지만 상승 폭이 크진 않다. 주주가치 제고와 M&A 대비라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생명보험 인수에 관심이 있고 최근 증권·카드사 인수 의향도 피력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내 포트폴리오상 취약한 생명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고 자산관리에 우위가 있는 증권사 고객 세그먼트에 강점이 있는 카드사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비슷한 행보다. 펀더멘털에 비해 낮은 주가를 부양하면서 M&A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연이어 사들였고 올해 롯데캐피탈 인수를 검토하는 등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아일보] 이혜현 기자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