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 경쟁력 높인다더니…자취 감춘 '철도수주지원협의체'
[단독] 해외 경쟁력 높인다더니…자취 감춘 '철도수주지원협의체'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9.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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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원 규모 '말싱 프로젝트' 연기 후 동력 상실
실적 부진 빠진 업계 "하루 빨리 운영 재개해야"
말싱 고속철 사업 노선도.(자료=철도공단)
말싱 고속철 사업 노선도.(자료=철도공단)

국토부가 지난 2017년 철도사업 해외진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구성했던 'K-rail 수주지원협의체'가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다. 협의체의 주요 공략 사업이었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운영 동력을 잃었고, 이후 새로운 목표 사업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철도 부문 해외 수주는 실적 부진에 허덕였고, 철도건설업계는 수주지원협의체가 하루 빨리 운영을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7년 3월 철도수주 활성화를 위해 구성했던 'K-rail 수주지원협의체' 운영을 지난해 5월 이후 중단했다.

수주지원협의체는 공공기관의 주도로 철도 해외사업의 수주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기술연구원,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했다.

참여 기관들은 해당 공사 발주국가 실무진 사전접촉과 금융지원, 기술력 보충 등의 역할을 맡으며, 전방위적 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다.

특히, 발주국 실무진과의 사전접촉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이다. 해외 사업 공고가 난 이후에는 이미 물밑작업이 완료된 상태로, 사실상 내정된 업체를 제치고 수주를 따내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공고가 나기 전부터 정부 차원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전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관급공사 시 해당 국가 실무진들이 민간기업과의 사전 접촉을 꺼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이 같은 부담에서 자유로운 공공기관이 해당 국가의 실무진들과 만난다면 수주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주지원협의체는 운영 소식을 알린 지 불과 1년만인 지난해 5월 이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당시 집중 공략 중이던 16조원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이하 말싱 프로젝트)'이 연기되면서, 운영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협의체는 말싱 프로젝트 이후 새로운 지원 사업을 찾지 못했고, 철도사업 해외진출 역량 강화를 위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채 멈춰버렸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협의체 자체가 말싱 사업만을 염두에 두고 구성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주요 공략 사업이었던 말싱 프로젝트가 어그러지며, 자연스레 협의체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2017 국토부 업무계획'에 담긴 수주지원협의체 운영 방안.(자료=국토부)
'2017 국토부 업무계획'에 담긴 수주지원협의체 운영 방안.(자료=국토부)

철도산업에 대한 정부의 다차원적 지원이 작동을 멈춘 사이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 실적은 바닥을 기었다. 철도 부문 수주액은 지난 2016년만 해도 24억1741만달러(약 2조7485억원)를 기록했으나, 2017년 1억2875만달러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에는 4억달러를 수주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2016년 수주액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에서는 철도 공사 수주금액 회복을 위해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별한 활동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수주지원협의체가 제대로 역할만 한다면 업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가기관의 지원이 있다면 관급공사 담당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일종의 보증효과도 있다"며 "지원이 확대되면 해외 공사 수주가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등이 국가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받으면서, 해외 수주가 쉽지 않다"며 "국내 업체들도 금융지원이 대폭 늘어난다면 수주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도 정부·민간·지원공사(KIND) 등이 참여하는 팀코리아를 구성하는 등 해외 인프라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철도 분야 수주지원협의체와 같은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