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면초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면초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3.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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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1년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
금융시장·재계·언론 호의적 반응…경영 복귀 차질 불가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복귀로 인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0일 1년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복귀했다.

롯데그룹은 당시 “롯데홀딩스가 지난달 20일 도쿄 본사에서 개최한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최고경영자(CEO)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 신 회장의 복귀로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그룹 경영권 복귀를 노리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요 활동지인 일본에서도 설 땅을 잃을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인 광윤사의 대주주로서 신동빈 회장 부재 시에도 주총을 소집하며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 회장이 이사회의 전적인 지지를 받으며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복귀하게 돼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서는 마지막 희망마저 잃은 셈이다.

이로써 사실상 롯데의 길고 길었던 경영권 분쟁도 종결됐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복귀하면서 롯데의 명실상부한 ‘원톱’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며 “이로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그룹 경영 개입 여지가 원천 차단됐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도 그룹 내 입지가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마저 사실상 사라져 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고 대내외적으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이슈화시키기 위해 한·일 양국에서 여러 활동을 지속헀다.

특히 그는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후 일본 내에서 세력을 키우기 위해 ‘롯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일본 내 주주들과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그룹 경영자로서 지위를 상실한 뒤 수세적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웹사이트를 살펴봐도 신 전 부회장의 특별한 행보나 메시지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웹사이트 방문이나 자발적인 참여도 없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신 전 부회장이 더 이상 이슈화와 세력화의 한계를 절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리전쟁’을 치러왔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손과 발이 돼주던 이들도 최근에는 신 전 부회장과 마찰을 빚으며 등을 돌리고 형국이다.

무엇보다 민 회장과 결별이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단순 신뢰의 위기 차원을 넘어 사법적인 처벌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 회장이 스스로 신 전 부회장과 ‘L프로젝트’라는 계약을 맺어 롯데그룹 사업 추진을 방해하고 신 회장을 구속시키는 불법 계약을 했다고 법정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민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바로 옆에서 오랜 기간 경영권 찬탈을 도운 장본인이다. 그러나 양자 간의 비용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에는 신 전 부회장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민 회장의 자문료 미지급 소송 제기 건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섰다.

이외에도 신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자 했지만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불신이 커 언론사들도 선뜻 기사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더 이상 미디어의 관심 아젠다가 아니다”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론을 통해 아전인수격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발언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인터뷰를 국민들께 전달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로서는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현실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찬탈을 위한 또 다른 시도를 전개한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지지해줄 조력자도 잃었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이 피땀으로 일궈놓은 기업이 더 이상 자신의 무리한 욕심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장자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