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회장 경영권 상실...한진중공업그룹 해체 수순?
조남호 회장 경영권 상실...한진중공업그룹 해체 수순?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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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조선소 완전자본잠식, 채권단 6874억원 채무 출자전환
최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 → 한국산업은행…매각에 무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진중공업은 채권단이 채무 6874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채무액수 만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경영일선 사퇴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지난 1월 필리핀 수빅조선소 회생신청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장기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 여파로 2016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인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140%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 13일부터는 수빅조선소에 보증한 4억1000만달러(한화 4600억원) 채무를 충당채무로 반영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빅조선소 부실 여파를 감당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보통주 6874만1142주를 주당 1만원으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주식은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과 필리핀 은행에 배정된다.

아울러 한진중공업과 채권단은 기존 한진중공업 주식 1억605만2508주의 86.3%에 해당하는 9151만9368주를 감자한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를 구분해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등이 보유한 3338만6809주는 전량 소각하고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5대 1 비율로 차등 감자한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 자본금은 5303억원에서 727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출자전환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국내 채권단이 전체 주식의 60%가량을, 필리핀 은행이 20%가량을 보유하게 돼 경영권을 행사하던 조남호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한다. 

최대주주도 기존 한진중공업홀딩스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뀐다. 

기존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는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로 주식 30.98%를 보유하고 있었고,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지분 46.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그룹 내 대륜E&S와 한일레저만 남게 됐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자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산하로 떨어져나가면서 지주사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중공업도 오는 29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조 회장의 재선임 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 한진중공업을 이끌 수장으로는 이병모 전 STX조선해양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 되면서 정상화 후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