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매’로 유명한 아로니아는 나쁜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아 ‘수퍼푸드’로 불리면서 한 때 종편TV와 홈쇼핑을 누볐다. 하지만 요즘 아로니아는 인기는 고사하고 농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아로니아 가격은 예년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 때 생과기준 1㎏에 3만5000원 하던 것이 값이 폭락해 2월24일 기준 온라인 오픈마켓에선 7900원에 판매됐다. 농가들이 주장하는 ‘1㎏ 1000원대’가 현실화 됐다.
농가에서는 정부에서 아로니아 산업 보전을 위해 대책을 세우든지, 폐업지원비를 달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아로니아 가격 하락이 정부에서 책임 질 일은 아니다. 그동안 아로니아의 국내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분말 수입도 크게 늘었는데 농가에서 현명하게 대처 못한 탓이 더 크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7t이던 아로니아 생산량이 2017년엔 8779t을 기록했다. 재배 면적도 늘어나면서 2014년 548㏊에서 2017년 1831㏊로 3배 이상 많아졌다. 2014년 2t에 불과하던 분말 수입량도 2018년엔 520t으로 260배로 증가했다.
반면 수요는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아로니아 분말판매의 가장 큰 채널인 홈쇼핑은 2015~2016년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전 채널에서 아로니아 판매방송을 내보냈지만 2017년부터 방송 횟수가 급격히 줄다가 지난해부터는 방송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FTA에 따라 분말이 들어왔으니 분말 값이 내려가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생과나 분말이나 모두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로니아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달라진 것이다.
아로니아 재배면적이 넓어진 데에는 지자체의 재배장려가 일정부분 기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농가의 선택이었다. ‘아로니아는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작물이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농가들이 앞 다퉈 작목에 뛰어든 탓이다.
진입장벽이 낮았던 아로니아 시장은 금방 레드오션이 됐지만 정작 생업인 농가에서는 작물의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 취향 변화에 대처가 늦었다. FTA로 수입되는 외국산 분말과 국산 생과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상품기획도 부족했다.
작물이 편중현상과 가공 상품의 다양성 부족은 비단 아로니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농가에서 보여주는 소위 ‘뜨는 작물’에 대한 편향성은 위험한 수준이다. 종편TV를 돌아다니며 쇼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부풀린 말과 홈쇼핑과의 기획방송에 혹해서 떴다가 사라진 작물들이 너무 많다.
단기간에 상품을 띄우기 위해 부풀리거나 호도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소재로 남았을 작물도 많은데, 대부분 음식이 아닌 성분과 효과에 주목하다 보니 소비자 기호와 유행, 후속 재료의 개발에 뒤늦으면서 ‘한물 간’ 작목으로 시장에서 밀려난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시장에선 딸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높다. 최근 딸기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유통채널에서 히트 과일로 주목되면서 고소득 작목으로 알려졌다. 농사일에 서툰 귀농인까지 재배에 뛰어들면서 생산량이 증가 추세에 있어 우려된다.
유행 때문이 아니라 지역의 특색과 작물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을 시작으로 작물을 가장 맛있을 때 출하하는 방법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작물을 선정하는 일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을 유도하며 다양하되 전문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깊은 궁리(窮理)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