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67일간의 장기폐업을 끝으로 7일 ‘3월 국회’ 개회식을 시작으로 30일간 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민의 비난을 의식해 여야 모두 어쩔 수 없이 국회를 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당장 국회를 바라보며 하루빨리 법안처리를 기다리는 개혁입법과 민생법안들이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는 여야가 모처럼 머리를 맞댄 모습이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적 우려에 여야가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일괄처리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했다. 여당은 미세먼지 관련 법안처럼 다른 민생·개혁법안도 신속히 심사하자고 야당을 압박햇고, 야당은 정부·여당이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이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해 보인다. 당장 여야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의 노동현안 처리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망된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공조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 국정조사 또는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등에서 갈등의 불씨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연초부터 공전을 거듭하며 ‘폐업’ 수준이던 국회가 모처럼 열린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3월 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일들을 보면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하다. 각종 개혁입법과 민생관련 현안들의 법안처리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우리 기업과 서민들에겐 ‘골든타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20대 국회는 어쩌면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서 20대 국회가 갑자기 국민들을 위해 봉사 헌신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20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 1만7500건 중에 소위도 못 올라가고 ‘폐기’ 될 운명의 법안만 1만여 건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입법 빼고 법안 발의건 수로만 볼 때는 최대 건수다.
야당의 잦은 ‘보이콧’과 각종 현안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거듭되면서 최근엔 67일간의 장기폐업까지 겪었다. 그 과정에서 발의된 법안 중 절반 이상이 입법과정상 가장 기초적인 법안소위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한 채 ‘시한부운명’에 빠졌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이후 사실상 국회는 총선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모처럼 국회가 열렸지만 개혁법안 처리의 기대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