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감금 늘고 마스크 필수…'미세먼지'가 바꾼 일상
셀프감금 늘고 마스크 필수…'미세먼지'가 바꾼 일상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0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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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의 일상화로 일상이 변하고 있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명실상부 '생필품'이 됐고, 공기청정기는 연일 인기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외출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배달음식 주문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 마스크는 '일상템'…공기청정기도 필수로

사상 최초로 6일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최악의 기상상황에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귀찮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티던 사람들도 숨쉬기 힘들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자 마스크를 대량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모(26)씨는 "이제는 마스크 없이 넘길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면서 "웬만하면 버스 등에 탑승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마스크 판매량은 '폭증' 하고 있다. 생활용품 업체 아성다이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간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서 마스크류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460% 증가했다.

마스크 판매만 늘고있는 것이 아니다. 실내 공기정화제품인 공기청정기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2월 공기청정기 매출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한 가정에 1대의 공기청정기는 필수가 됐고, 2대부터가 선택사항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인공눈물'의 판매도 급증했다. 안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밖에서 쌓인 이물질을 세척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양모(48)씨는 "최근에는 인공눈물 없이는 눈을 못 깜빡일 정도"라면서 "딸 아이에게도 인공눈물을 박스채 사줬다"고 말했다.

◇ "이불 밖은 위험해!"…늘어나는 '셀프감금'

매일 뿌연 연기로 가득찬 세상에 일상에서 외출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에 야외 활동을 피하는 '실내족'으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이들도 급격히 늘었다.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에 스스로 가둔다는 의미의 '셀프(Self) 감금'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의 달리진 생활 패턴에 힘입어 배달음식 업계나 온라인쇼핑몰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통상 추운 겨울에 온라인쇼핑이나 배달음식 주문량이 늘어나지만 올 들어서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도 이용객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고 기록인 10조7034억원을 찍었다. '음식서비스'는 전년 대비 80.0% 폭증하기도 했다.

직장인 강모(31)씨는 "그동안 주말에 야외 활동을 계획했었으나 요즘은 되도록 집에 있는다"면서 "필요한 것을 살 때나 먹고 싶은 음식도 그냥 배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일선 학교의 운동장도 대부분 온종일 텅텅 빈다. 대다수 학교가 체육수업을 실내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야외수업을 하면 미세먼지에 취약한 학생들이 그야말로 미세먼지를 삼키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체육수업은 대부분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육수업 외에 각종 교내행사나 현장체험학습도 실내에서 진행하는 분위기"라면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노는 학생들이 보이면 '밖에서 놀면 건강에 해로우니 들어오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