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印 정부 파격제안도 “글쎄”
포스코·현대제철, 印 정부 파격제안도 “글쎄”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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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부지 제공·경영무간섭 제안에도 신중론 꺼내
고로 투자와 중국생산 증가 따른 공급과잉 부담 이유

인도 정부가 부지 제공, 무간섭 경영 등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합작 투자를 요청했지만, 양사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어 배경을 두고 관심은 집중될 전망이다.

인도내수 시장의 매력은 높지만, 고로 투자에 대한 부담과 중국의 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이 맞물려 투자 부담은 클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은 인도시장 확장을 두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인도 철강부의 푸니트 칸살 국장이 이끄는 철강 투자 대표단은 지난달 방한해 포스코, 현대제철 경영진과 차례로 면담하고 인도 제철소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본지 25일자 단독 보도)

인도 정부는 제철 원료인 철광석과 공장부지 등을 현물 출자하는 대신 한국 업체가 설비와 기술을 맡는 형태의 합작을 요구했다.  

인도 대표단은 자국 국영기업인 SAIL, RINL 등과 합작이 이뤄질 경우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해안의 비사카파트남 지역의 유휴부지 12.1㎢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동 투자를 한다면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경영권을 간섭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지분만 확보해 자율경영 여건을 마련해주겠는 게 골자다.

특히 인도는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공장 건설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가 현재 자동차 강판처럼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은 대다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초고강도 자동차강판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포스코와 현대제철과 손을 잡고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포스코는 인도에 자동차와 가전용 용융 아연도금강판 공장과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자동차용 냉연강판 공장을, 현대제철은 인도에서 자동차강판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인도에 고로 공장은 없다. 

세계철강협회도 올해 인도의 철강 수요는 전년대비 7.3% 증가하면서 현재 2위인 미국을 능가하는 철강 수요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가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을 바탕으로 5%를 넘는 경제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인프라 개발, 주택 보급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인도 내수시장에 매력을 느껴도 고로 투자에 대한 부담과 중국의 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 고로3기를 지을 당시 1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연매출 2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고로를 짓는데 숙련된 전문 인력이 1만여명 가량 필요해 이를 인도 현지에서 수급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전 세계 공급 과잉도 투자매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중국의 지난 1월 조강생산량은 7500만톤으로 지난해 7189만톤 보다 4.3% 증가했다. 공급과잉은 국제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보니 빅2(포스코·현대제철)도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생산능력이 넘치고 있는데 기업들이 섣불리 생산에 투자를 늘릴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