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개학연기 투쟁' 실패…설립취소·고발 역풍
한유총 '개학연기 투쟁' 실패…설립취소·고발 역풍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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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연기 사립유치원 '0'…조희연 "한유총 허가취소"
학부모들, 한유총 검찰 고발…"불법휴원은 아동학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우려했던 '유치원 대란'은 없었다.

오히려 '개학연기 투쟁'을 계획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백기투항'에도 불구하고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 3875곳 중 개학을 연기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교육지원청·주민센터·파출소 인력이 3인1조로 전날 개학을 연기했던 유치원 239곳을 방문한 결과 모두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정상적인 학사과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한유총이 '유치원 3법' 등에 반발해 계획했던 무기한 개학 연기가 정부의 강경 대응과 부정적인 여론 등의 영향으로 끝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전날 오후 한유총이 이덕선 이사장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예고됐었다. 이 이사장은 자료를 통해 "전개하던 개학연기 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사태는 하루 만에 마무리 됐으나 한유총을 향한 이번 투쟁의 후폭풍은 극심하다.

우선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이 단체의 설립허가를 취소키로 결정하면서 법인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시교육청은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강행해 공익을 해친 만큼 개학연기 철회와 상관없이 설립 허가 취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 개학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면서 "이번 결정이 사립유치원들이 국민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를 볼모로 한 한유총의 집단행동에 뿔난 학부모들에게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중앙지검에 한유총과 그 소속 유치원들을 공정거래법과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을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한유총은 집단적 개학연기가 준법 투쟁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법질서를 조롱했다"면서 "학부모를 치킨집 종업원쯤으로 인식하는 한유총의 오만불손함에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한유총 내부 결속까지 와해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의하면 한유총 지도부는 회원들에게 “배신할 경우 대가를 치루게 하겠다” 등의 협박문자를 보냈다.

이에 일부 유치원들은 교육부에는 개원을 연기한다고 밝혀놓은 채 유치원 원장들끼리는 정상개원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을 탈퇴한 유치원도 등장하고 있다.

한유총의 구심점이 무너지면서 사립유치원 개혁 논의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에듀파인 도입을 개혁의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이달부터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하는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 581곳 중 휴·폐원이 확정된 7곳을 제외한 나머지 574곳 중 58.9%(338곳)가 에듀파인 도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원아 200명 미만으로 의무화 대상은 아니지만 에듀파인을 자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유치원은 공영형 유치원 7곳을 포함해 총 160곳이었다.

교육부는 "에듀파인은 이달 1일부터 의무화였지만, 유치원단체를 중심으로 에듀파인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15일까지 도입 의사를 밝히도록 기한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