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거리, 답답한 가슴…'최악 미세먼지'에 시민 분통
잿빛 거리, 답답한 가슴…'최악 미세먼지'에 시민 분통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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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5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며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상 첫 5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며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 '비상'으로 잿빛으로 변한 세상이 벌써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은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건물조차 안보이고,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5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대기 정체로 나라 안팎의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낮에는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강원 영서·충청권·호남권에서 '매우 나쁨' 수준으로, 그 밖의 권역에서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많이 풀린 날씨에 시민들은 가벼운 옷차림이었으나 어느덧 '필수품'이 된 마스크로 철통 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먼지 속을 걸어야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빨랐다. 숨이 막히는 듯 인상을 찡긋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 중이던 박모(28)씨는 “날씨가 좋아도 기분이 전혀 좋지 않다“면서 “숨막힐 듯이 답답하다. 차라리 추울 때가 더 나은 것 같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한모(26)씨는 “요즘은 비 소식이 언제 있나만 확인하게 된다“면서 “이게 재난이 아니면 무엇이 재난이겠나.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시민들은 마스크를 잘 내리지 않았다. 만원인 버스는 다소 답답했으나 창문도 열지 않았다.

인천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타고 있던 신모(34)씨는 "출근길 버스는 사람이 붐벼서 산소가 부족한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조차 열 수 없다"면서 "봄이 왔는데 전혀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등굣길 학생들도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등교하는 학생들도 마스크는 빼놓지 않았다.

출근길에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로 딸을 등교시키던 양모(36)씨는 "어른용, 어린이용 보건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놓고 매일같이 꺼내 쓰고 있다"며 "아이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라는건가 싶다. 정부가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조만간 '재난'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에 가 있고, 이번에 국회가 공전하지 않는다면 법안 자체는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