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4일 예고한 대로 ‘개학연기 투쟁’에 들어가면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발을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긴급 돌봄’ 체계를 가동해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원아들을 주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에 분산 수용하면서 보육대란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해당 학부모들은 출근을 미룬 채 아이들 손을 잡고 동분서주 하면서 속을 끓였다.
한유총과 정부 간의 대립에서 ‘옳고 그름’조차 따지기 어려운 입장이 자녀를 유치원에 맡겨야 하는 워킹맘들이다. 결국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과 교육대상인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집단이기주의의 행태가 ‘개학연기 투쟁’의 본질인 것이다.
사립유치원들의 ‘개학 무기한 연기’가 구체화되고 실행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사유재산’, ‘사적사용료’ 등의 문제는 이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의 엄정대처 경고조차 무시하는 비영리단체에게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응방식을 탓하면서 정부가 자초한 사태라고 몰아가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면 그 논리 또한 공허한 주장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사립유치원 문제는 들어난 현상보다 더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험요소인 저 출산 문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 후에도 출산을 꺼려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과도한 교육비 탓이다. 가임 세대인 20~40대는 그 누구보다도 치열한 ‘교육지옥’을 경험했다. 이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얼마만큼의 비용이 지불돼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대다. 이런 세대들이 유치원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래서 결혼하기 무섭다’거나 ‘그래서 아이 낳기 싫어’란 생각을 갖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당장 사립유치원이나 한유총이 사유재산을 주장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차단하는 것보다 더 큰 사회적 낭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 출산국가로 이미 출산율이 ‘0’대에 접어들었다. 저조한 출산율과 함께 노인인구는 급증하면서 인구분포를 살펴볼 때 고비용 사회의 모델에 접어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해 국력은 물론 경제력도 쇠퇴할 것이란 통계가 나와 있다. 한유총이 벌인 ‘개학연기투쟁’이 그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출산부터 교육까지 공공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풍토를 제공해야 한다. 그 시작점이 사립유치원의 정상화이고 나아가서는 사학법의 개혁일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