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과자 섭취연령 표시 없고 영양성분은 성인기준…소비자 ‘혼란’
아기과자 섭취연령 표시 없고 영양성분은 성인기준…소비자 ‘혼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3.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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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서치, 대형마트 판매 영유아과자 30개 조사
全제품 권장연령 표기 無…2015년 조사보다 ‘후퇴’
식약처 관련규정 강화 탓…식품업계 “현실과 괴리”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영유아과자 3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진=컨슈머리서치)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영유아과자 3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진=컨슈머리서치)

시중에 판매되는 영유아용 과자에 섭취 권장 연령표시가 사라지고 영양성분도 성인기준으로 표시돼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영유아용 식품 규정을 강화해 오히려 월령·영양성분 등의 표기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남양유업·매일유업·보령메디앙스·일동후디스·풀무원 등 5개사 30개 영유아용 과자의 섭취 권장연령과 영양성분 표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권장연령을 표시한 제품은 전혀 없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60개 제품을 조사했을 때 모든 제품이 섭취 권장연령을 표기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된 상황이다.

이들 제품은 식약처의 강화된 규정으로 영유아용으로 직접 표기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형마트 영유아용 제품 코너에 진열됐고 포장재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와 동물그림 캐릭터 등이 표기돼 영유아 제품으로 충분히 인식되고 있다. 

영양성분 표시 역시 이전 조사에서 35개 제품이 성인기준을 삼은 반면 이번 조사에는 모든 제품이 성인기준으로 표기됐다.

영유아는 나트륨·당 등 영양성분 권장량이 성인보다 크게 적다. 영유아의 나트륨 일일 권장량은 120㎎~1000㎎으로 성인(2000㎎)의 최대 16분의 1 수준이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도 WHO기준 성인 권장량은 50g인 반면 영유아는 13.8~35g이다. 영양성분 비율 표시가 성인기준에 맞춰 계산된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과다섭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인 3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72.5㎎으로 나타났다. 성인기준으로는 일일 섭취 기준량(2000㎎)의 3.7%지만 3~5세 기준(1000㎎)으로 봤을 때는 7.2%로 두 배에 이른다.

이처럼 영유아식품에 섭취 권장연령 표시가 사라지고 성인기준으로 영양성분이 표시된 것은 바뀐 규정 영향이 크다.

식약처는 2017년 10월 36개월 미만을 대상으로 한 식품 중 ‘영유아용 특수용도식품’으로 허가받은 경우에 한해 아기가 연상되는 문구·사진·월령표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29일 개정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일부 규격’에서는 영유아용으로 판매되는 식품을 제조·가공할 때는 살균이나 멸균처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과자류의 경우 재료 특성상 멸균 공정이 어렵다는 게 식품업계의 주장이다. 그렇다보니 영유아용 과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유아용’으로 표시할 수 없고 제품명도 베이비·아기 등의 단어를 쓸 수 없게 된 것.
 
기본정보로 표시한 ‘섭취 월령’ 역시 알 수 없게 됐다. 영양성분표시 기준도 권장연령대가 아닌 일반 성인으로 기준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자는 제조 공정상 멸균처리가 어려운데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준만 강화해 제조사 입장에서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안전기준을 강화한 ‘영유아식품군’을 신설해 소비자가 안전한 식품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