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한유총 이데아
[기고칼럼] 한유총 이데아
  • 신아일보
  • 승인 2019.03.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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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

‘지나가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정치·경제적 약소국이던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적 위상을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높은 ‘교육열’이었다. 없는 살림살이에도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을 위해 노력했던 부모 세대의 노력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다수의 3040세대는 5060부모님 세대의 교육에 대한 열망과 헌신 덕분에 첫 학교인 유치원부터 시작해 초·중·고를 보내왔다. 이어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그동안 교육의 영역은 종교의 존재처럼 신성하게 여겼고, 교육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경하는 분야가 교육의 영역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은 늘 존경의 대상이고 교육자라고 하면 무언의 존경심이 머릿속에 있어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서 최근 ‘에듀파인’을 거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며칠 전에는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런 초강수의 대응을 한 한유총이 주장하는 것은 사유재산 인정과 에듀파인 사용 거부,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유총이 주장하는 주장은 하나를 인정하면 다른 하나가 인정될 수 없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한유총이 주장하는 ‘사유재산 인정’은 이미 유치원은 사유재산 인정을 넘어서, 교육을 한다는 공공성을 인정받아 국가의 세금을 상당부분 지원받고 있다. 어떤 사업을 할 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 어디 있는가?

한유총이 좋아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분야의 사업자가 봤을 때 유치원은 불평등하고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이라 일컫는 학원도 교육을 담당하지만 지원은커녕, 세금 혜택도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유치원이란 곳이 공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세금지원에 대한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금전이 지불 될 때는 그만큼의 가치가 돌아와야 한다. 쉬운 예로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수요와 공급에 맞춰 형성된 가격을 지불하고 지불한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재화를 구입한다.

한유총은 국가의 재정을 지원 받는다. 국가는 세금을 지불할 때,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육 받고 잘 교육 받는 가치를 되 돌려받기 위해 기꺼이 지원을 한다. 그리고 지원한 세금이 얼마만큼 아이들에게 잘 쓰여 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특혜를 받아도 긍정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세금을 납부한 시민들에게 해야 할 정부의 의무이다.

그런데 한유총은 이런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을 서로가 모순된 주장으로 무시하고 있으며, 이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들을 볼모로 교육에 대한 신성함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동의했던 교육에 대한 가치를 본인들 스스로가 부정하고 적대시 하고 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은 과거에 유치원에 다녔거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부모이거나, 조부모이거나, 고모, 이모, 삼촌, 외삼촌이다. 한유총이 거대 기득권 집단이라고 하지만, 이제 그 저항 아닌 저항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들을 볼모로 저항 할수록 그동안 침묵하며 유치원의 공공성을 믿었던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교실이데아’란 노래 가사에는 ‘됐어, 이제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란 구절이 있다. 부디 한유총이 묵묵히 교육의 역할을 다하고 계시는 수많은 우리 아이들의 스승들을 욕되게 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