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만히 있으라”는 사법부, 숨죽인 협력업체
[기자수첩] “가만히 있으라”는 사법부, 숨죽인 협력업체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2.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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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목소리를 내기 힘든 소시민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언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태광공업의 대표 부자가 1차 업체 서연이화로부터 공갈죄로 고소당해 징역형을 선고 받아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던 태광공업 대표 부자는 2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심 선고날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태광공업 대표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형을 늘렸고 근거 중 하나로 “국회와 언론에 접촉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을 먼저 찾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던 생각은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최근 자동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갈죄 고소가 하나의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지아이에스, 진서테크, 두성테크, 그리고 대진유니텍 여러 협력업체들이 징역형을 받았다. 

특히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집행유예에서 실형으로 형이 상향된 이번 태광공업 판결을 ‘본보기’고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실형을 각오해야 할 것이란 신호를 던져줬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부당한 납품단가에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고 불법적인 금형탈취와 계약 중단이 있어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마치 대기업이 알리고픈 소식만 그대로 전해주는 게 언론의 책무라는 판단처럼 들린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국내 제일의 대형 로펌을 끼고서 소송을 제기하는 대기업을 향해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야할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