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라는 명목하에 국회 앞으로 몰려나온 그들은 약속대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지난 25일 열린 이 집회에는 유치원장과 교사 등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육부의 불통 탓에 유아교육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홍문종·정태옥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노광기 전 전국어린이집연합회장, 박병기 한국민간장기요양기관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의사협회나 어린이집연합회가 참석한 이유에 대해 한유총은 “한유총처럼 정부로부터 희생을 강요당하는 단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아이들의 교육을 볼모로 진한 색깔을 드러냈던 것일까. 검은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그들은 충분히 진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좌파”를 운운하는 그 입에서 그들의 색깔은 더욱 짙게 드러난 것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집단에서 꺼내는 색깔론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반정부 성향의 집단들과의 콜라보라니 학부모로써 기가 찰 노릇이다.
새 학기가 일주일도 채 안남은 이 시점에서 이들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정부의 불통으로 인해 유아교육이 사망이라도 한 것일까.
이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유은혜 심통불통 유아교육 다 죽인다”, “110년 사립유치원 110일만에 사형선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의 진짜 속내는 감춰뒀다. 에듀파인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면서 에듀파인에 대한 내용은 쏙 감춰둔 채 집회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대회사를 통해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교육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에 ‘비리 프레임’을 덧씌워 생활적폐로 낙인찍었다”면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좌파집권당에 의해 유아교육이 타살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일부의 퍼포먼스였다. 몇몇의 한유총 관계자는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집회가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되는 모양새를 내비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3.1운동 100주년에 이런 퍼포먼스를 펼치다니, 학부모로서 기가 찰 노릇이다. 감히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흉내 내며 자기들이 독립투사라도 된 모양새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 어찌 눈살이 안 찌푸려질 수 있겠는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집회 중간에는 한유총 지역지회장들이 ‘전국 사립유치원 합동분향소’에 국화를 헌화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곡소리를 내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집단폐원이라는 초강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비리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에듀파인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다. 단지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하는 것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마음껏 채울 수 없게 될까봐 무작정 거부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교육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학부모로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교육자인가, 정치인인가. 작금의 자태는 흡사 정치인을 표방하고 있는 모습 같아서 묻는 것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당신들의 니즈를 충족하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할 것이다. 그 것이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도리일 것이다.